상속에 대해 미리 준비한다는 것, 소위 상속플랜을 짠다는 것에는 여러 의미와 방식이 있습니다만, 어떤 의미로든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도구 중 하나입니다. 즉, 내가 죽은 뒤 어느 재산은 누가, 어느 재산은 또 다른 누가 가져라, 라는 내용으로 유언을 남김으로써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어떤 효과가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면, '상속내용을 내가 정해두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상속이란 단순히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이룬 것을 다음 대에 물려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재산에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받을 사람을 특정함으로써 자신의 뜻을 계속 이어가게 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의미는, 자식들 사이에 공평하게 또는 어떤 의미있는 분배가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상속분쟁을 막아보려는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유언으로 상속분쟁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자기에게 아무런 권리도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상대방을 괴롭힐 목적으로 재판을 거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이 분란을 일으키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유언을 해둠으로써 그 여지를 줄이고, 분쟁이 일어나더라도 오래 가지 못하게 해둘 수는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러한 기대를 갖고 유언을 남겨두게 됩니다.

하여간 이번에 생각해보려고 하는 주제는 '유언 내용을 자식들에게 알리는 것이 좋을까' 하는 점입니다. 유언장 작성까지도 자식들과 소통하여 원만히 의견을 나누고 그에 따라 유언을 해두면 참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점에 대한 답은 단 하나만 있기는 어렵습니다. 저마다의 사정이 모두 다르므로 절대적인 답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원론적으로만 생각해볼 수 있을 뿐입니다.

상속을 준비하고 유언을 남긴다는 것은 십중팔구는 나중에 상속에 대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즉, 재산을 남기는 사람(피상속인) 입장에서 보면 무언가 불안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자식 전부 또는 누군가는 불만을 가질 것이다'라고 걱정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과연 유언내용에 대해 자식들과 협의하거나 아니면 유언장을 만든 뒤 자식들에게 공개하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자식들이 그 내용을 수긍하고 그 뒤로는 더 이상 분란의 기미를 보이지 않게 될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가 보기에 '이 정도면 공평하다' 싶을 정도로 나눈다고 해도, 어차피 누군가는 불만을 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기가 더 많이 상속을 받아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칩니다. 갖은 이유를 대서 그러한 입장을 합리화하기 마련입니다.

요컨대 유언을 남긴다는 것은(이렇게 쓰고 싶지는 않으나) 불신에 기초하여야 하고, 어차피 모든 자식들을 완벽하게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유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은 결과 사후에 자식들이 유언장을 발견하고 서운하게 생각하는 편이, 사전에 공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들어본 이야기 중, 어떤 부모가 매년 유언장을 고쳐쓴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한 해 자식들이 하는 것을 보고 그에 따라 유언장을 고친다는 이야기였는데, 그렇게 하면 당장에는 자식들을 잘 통제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식들의 존경을 모두 잃어버리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결코 권할 만한 일이 되지 못합니다.

임채웅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구성원 변호사로 가업승계-가사소송팀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치고, 지난 2011년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태평양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가족법학회, 민사소송법학회, 신탁포럼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