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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희의 소소한法 이야기]기내 난동 승객…다른 승객이 때리면 처벌받나요

[the L]

편집자주'법'이라면 언제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멀고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영화 한 편을 받아 볼 때도, 당장 살 집을 얻을 때도 우리 삶에 법과 관련없는 것은 없죠. '법' 대로 살아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했을 생활 속의 소소한 질문들을 알아봅니다.
미국 가수 리차드 막스가 자신의 SNS에 올린 대한항공 기내 난동 사건 사진/사진=페이스북 캡처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 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비행기 안. 30대 남성이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며 옆 좌석 승객의 얼굴을 때립니다. 승무원이 이를 말려보지만, 오히려 남성 승객은 더 행패를 부립니다. 승무원의 배를 차고 얼굴에 침을 뱉는 등 난동을 부렸는데요. 결국 두 시간 가량 행패를 부리던 남성은 주변 승객들과 승무원에게 제압당해 좌석에 묶였습니다.

이 사건을 촬영한 동영상에 나오는 장면들입니다. 이는 미국 가수 리차드 막스가 지난 20일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에 글과 사진을 올리며 알려졌습니다. 사건이 알려지자 '난동을 부린 승객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비난의 의견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심하게 행패을 부리는데 때려서라도 강하게 제압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노섞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비행기 안에서 도를 넘은 난동이 일어났을 때 승무원이 아닌 일반 승객이 나서 제압을 하다 몸싸움이 났다면 이는 '폭행죄'로 처벌을 받는 '싸움'인 걸까요. 만약 일반 승객이 제압을 하는 과정에서 난동을 부린 승객이 상처를 입었다면, 진압을 도운 승객은 처벌을 받을까요. 아니면 정당방위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요.

◇비행기에서 술·약 먹고 행패 부리면 1000만원 이하 벌금…도 넘으면 10년 이하 징역까지

일단 항공보안법은 승객이 항공기 내에서 해서는 안되는 일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항공보안법 제23조 승객의 협조 의무에 따르면 항공기 내의 승객은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한 운항과 여행을 위해 △폭언,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 △흡연(흡연구역에서의 흡연은 제외)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주는 행위 △다른 사람에게 성적(性的)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 △기장의 승낙없이 조종실 출입을 시도하는 행위 △기장 등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 방해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됩니다. 이 법은 만약 승객이 음주로 인해 소란을 피우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고 판단이 되면 항공사는 승객의 탑승 자체를 거절할 수 있다고도 정해두고 있습니다.

금지한 행위에 대한 벌칙 조항도 있습니다. 같은 법 제50조에 따르면 운항 중인 항공기 내에서 폭언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우거나 술이나 약물을 복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했다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행패와 난동의 정도가 지나쳐서 '폭행·협박 또는 위계로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해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해쳤다'고까지 판단이 되면 10년 이하의 징역까지도 처할 수 있습니다(제42조 직무집행방해죄)

◇도 넘은 난동 말리다 몸싸움 '정당방위'

만약 이번 사건에서처럼 도를 넘어서는 난동으로 승무원조차 제압이 힘들 때, 주변 승객이 나서 이를 말리다가 몸싸움으로까지 번졌다면, 난동을 말린 승객은 정당방위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 판단은 사건을 맡은 판사가 정황을 살펴 내리는 것이겠지만, 변호사들은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윤보미 변호사는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난동을 부린 사람을 말리기 위해 무력을 행사했어도 정당행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비행기가 운행 중이었고 일반 승객에게도 위험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형법 제21조는 정당방위에 대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행위'라고 정해두고 있습니다.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위험한 상황이라면 이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당방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부당한 피해 상황 △방위 행위 △상당한 이유 등 세 가지 요건이 있어야 합니다. 난동이 '진행'되고 있을 때, '사회상규'를 고려해 이해할만한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방어' 정도로 보이는 행위를 했을 때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법무법인 폴라리스의 문형찬 변호사는 "기내에서 난동자를 제압하는 것은 항공보안법상 정당하고 이를 돕는 것 역시 정당행위"라면서도 "진압과정에서 방어차원의 폭행이 일어났다면 상관없지만, 방어를 넘어 적극적으로 공격 행위를 한 것이라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서 '공격'이 됐다면 정당방위로 인정을 받기는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적정한 수준' 어디까지 인가요…"반격 아니라 방어"

문제는 '적정한 수준'이나 '방어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입니다. 법원은 "적극적인 반격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정도"라고 설명을 하는데요.

사실 애매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난 5월에는 집에 든 도둑을 잡으려고 마구 폭행을 했다가 폭행을 당한 도둑이 숨진 사건에서, 집주인이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유죄 선고를 받아 '정당방위'를 둘러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정당방위의 요건이 너무 깐깐하다는 건데요. 그래서 일부는 누군가를 도우려고 했다가 오히려 죄를 뒤집어 쓸 수 있다며 '괜히 나서지 말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적정한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법무법인 바른의 박윤정 변호사는 "난동을 제압하기 위한 행동은 정당방위에 해당할 것"이라면서 "다만 제압하는 수준을 넘어 과잉대응을 했다면 과잉방위로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적정한 수준에 대해서는 "승무원을 발로 차려고 해서 발을 잡았거나 주먹을 휘두르려고해서 팔을 잡는 등 방어하는 과정에서 너무 세게 잡아서 멍이 들었다거나 하는 정도는 괜찮다"며 "하지만 이미 제압이 된 사람을 때리거나, 제압을 하는데 필요 없는데도 때리거나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론은 기내에서 도가 넘는 행패를 부리는 승객을 다른 승객이 무력으로라도 막는 것은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행패를 못 부리게 막는 정도여야지, 밉고 화가 난다고 막 때리면 안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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