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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리포트] 26년간 기대온 '섀도우보팅' 올해 일몰, 기업들의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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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차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시주총 현장 / 사진=이기범기자

시간은 빨리 흘러간다. 2014년 12월말 일몰 예정이었던 섀도우보팅(Shadow Voting)은 기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그 생명이 3년간 연장됐다. 하지만 그 기한도 올해 말까지로 단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중립적'이지 않은 '중립적 의결권 행사제'= 섀도우보팅은 1991년 상장사 주주총회 개최시 정족수 충족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돼 올해 말까지 26년간 유지된다. 한국어로는 '중립적 의결권 행사제'라고 번역이 되지만 실제 섀도우보팅이 과연 중립적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많다.

섀도우보팅은 실제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의결권을 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전체 주주가 100명인 회에서 실제 주총에 참석한 이들이 단 10명에 불과한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들 참석주주들이 특정 주총안건에 대해 8명이 찬성하고 2명이 반대했을 경우 나머지 90명(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72명(90명 x 80%)이 찬성하고 18명(90명 x 20%)이 반대한 것으로 간주된다. 주총안건에 대한 다수 주주들의 의견을 파악하려는 일체의 노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 특정 방향으로 해석한다는 점을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특히 시간·거리 등 물리적 한계로 인해 주총에 참석하지 못하는 주주들이 많은 상황에서 주총현장에 시간을 내서 참석할 수 있는 이들은 대개 대주주나 기업 관계자인 경우가 많다. 섀도우보팅은 이 때문에 주주들의 진의(眞意)를 조작하고 대주주·기업의 이해만을 반영하는 제도라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2013년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섀도우보팅제 근거조항을 삭제했다. 당시 금융위는 "주총 성립을 위해 섀도우보팅 제도를 도입했으나 소수 경영진과 대주주에 의해 이 제도가 손쉬운 정족수 확보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주주의 진의조작과 내실있는 주총운영을 저해해 기업 지배구조의 왜곡현상이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또 1995년 주주총회 의사정족수 제한을 폐지하고 1999년에 서면투표제도를 도입하고 2009년에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는 등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운영할 때의 편의를 제고하고 주주총회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각종 제도들이 도입된 만큼 섀도우보팅을 폐지해도 될 때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섀도우보팅 존속을 주장하는 이유는=2013년 5월 자본시장법 개정이 단행되고 섀도우보팅 근거조항인 제314조(예탁증권 등의 권리행사) 조항 중 제5항규정이 삭제됐다. 이에 섀도우보팅제는 2015년 1월1일부터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2014년말을 즈음에 업계의 강한 반대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업계의 강한 반발로 섀도우보팅제는 2017년 12월31일까지로 재차 일몰기한이 3년 연장됐다. 다만 모든 기업이 섀도우보팅 연장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법 부칙은 전자투표제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을 도입한 회사에 한해 섀도우보팅을 3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섀도우보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2014년말 섀도우보팅 일몰을 불과 3개월 앞두고 당시 노철래 국회의원과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의 공동주최로 '섀도우보팅 폐지에 따른 주주총회 활성화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2014년 주주총회시 섀도우보팅을 활용한 회사는 전체 조사대상 922개사 중 497개사(54.2%)에 달했고 섀도우보팅을 주로 활용한 안건은 '감사·감사위원 선임'과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현행 상법상 감사·감사위원 선임안건에 대한 투표에서 지분을 90% 보유한 주주라고 하더라도 실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실제 주주들의 참여가 부진한 상황에서 섀도우보팅을 활용토록 하지 못하면 감사선임이 어려워지는 등 주총이 성립하지 못한다는 게 업계 측의 주장이다.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를 진행하려면 발행주식 총 수의 1/3 이상, 출석주주의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실제 주주들의 참여가 부진하면 이 정족수를 맞출 수 없다는 것도 섀도우보팅을 존속시켜야 하는 근거로 업계가 제기하는 내용 중 하나다. 심지어 배당지급, 재무제표 승인 등 보통결의 안건(출석주주 1/2 이상, 발행주식 총 수의 1/4 이상)에 대해서도 섀도우보팅에 의존하는 회사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섀도우보팅을 폐지하려면 감사 등 선임 및 보통·특별결의에 필요한 의결정족수 규제를 완화하거나 전자투표 도입시 섀도우보팅제 부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섀도우보팅 폐지 이후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자투표제 등의 의무화에 대해서는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주주(株主)들이 말 그대로 '기업의 주인'으로서가 아니라 '투기꾼'으로서 행세하고 있는데 '실질주주'의 이상만 강변하면서 기업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당시 토론회에서 "현대의 주식투자는 '소유'가 아니라 '거래'"라며 "한국 주식투자자의 평균 보유기간은 2010년 기준으로 0.58년에 불과하고 매매 회전율은 2014년 기준 코스피 117.38%, 코스닥 246.01%로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또 "과연 3~6개월이 지나면 매도하고 시장을 떠나는 주주들에게 회사의 중요결정에 참여시킬 큰 실익과 중대한 명분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섀도우보팅 폐지까지 단1년, 대안은?= 한국의 주주들은 '주인'으로서 의식이 없고 단지 '투기꾼'에 불고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비판적인 이들도 많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즉 한국 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장기투자 문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한국 자본시장을 디스카운트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라며 "대주주 이해관계만 일방적으로 반영된 경영이 횡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주주가 투자대상 기업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장기적인 이해관계를 함께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자본시장 역사가 60년을 훌쩍 넘어섰음에도 상장기업들이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보다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는 태도 역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한 보고서를 통해 "섀도우보팅과 유사한 제도를 찾아볼 수 없는 다른 나라의 경우도 일반적인 의결권 행사·확보수단으로 큰 무리 없이 주주총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최근 국내외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추세여서 과거에 비해 주총 결의에 필요한 주식 수를 확보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윤 위원은 "섀도우보팅의 폐해는 무엇보다 주주와 주총에 대한 기업들의 안일한 태도"라며 "지금까지 기업은 손쉽고 비용이 들지 않는 의결권 확보수단이 있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주총참석이나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할 필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섀도우보팅제 폐지가 현실로 다가오자 주주총회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스스로의 노력은 도외시한 채 섀도우보팅 폐지유예나 새 제도 도입 등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섀도우보팅제 폐지 이후의 대안으로 △주총의 전자화 강화 △전자투표제의 적극 이용방안 마련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제도의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이어 "기업들이 섀도우보팅제에 익숙한 탓에 다른 방법으로 주총 참석률을 높이는 것이 처음에는 귀찮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며 "그러나 이 단계를 거치고 나면 우리나라의 주총은 한층 성숙되고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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