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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리포트]유명무실한 주총 전자투표, 활성화 방안

[the L][섀도우보팅 D-365일]<2>

2015년 7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위한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17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대량위임주 접수를 받고 있다. / 사진=이동훈기자

2009년 5월 상법개정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전자적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안, 즉 '전자투표제'가 도입됐다. 정보통신의 환경의 발달로 전자적 방식에 의한 주총 개최가 가능해졌으나 이를 입법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제도도입이었다.

당시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주주가 주총에 출석하지 않고도 전자적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며 "전자투표제 도입으로 주총 개최비용이 절감되고 주총운영의 효율성이 활성화되고 소액주주(소수주주)의 주총참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자투표 도입 5년간 활용은 부진했던 이유는 = 하지만 2009년 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나도록 전자투표제는 유명무실한 존재에 불과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0~13년의 4개년도와 2014년에 전자투표를 실시하기로 예탁결제원과 계약을 맺은 기업의 수는 각각 45개사, 34개사로 전체 상장사(코스피·코스닥 포함)의 2~3% 수준에 채 못 미쳤다.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아도 주요 주총안건에 대한 의결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91년 도입된 후 올해 말까지 유지될 예정인 '섀도우보팅'(Shadow Voting) 덕에 기업들은 굳이 소액주주의 주총참여를 독려할 유인이 없었다. 

섀도우보팅이란 다수 주주가 주총에 불참했다더라도 '주총에 참여해 안건에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전체 주주 100명 기업의 주총에 실제 10명만 참여하고 90명이 불참했을 때 참여주주 10명의 투표결과가 찬성 8표, 반대 2표로 나올 경우 불참주주 90명의 의사도 찬성 72표(90명 x 80%), 반대 18표(90명 x 20%)로 간주된다는 얘기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섀도우보팅제가 편리하기 그지없는 제도이나 실제주주들의 의사가 왜곡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곤 했다. 이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국회나 당국은 순차적으로 상법 등 관계법령 개정을 통해 올해 말까지만 섀도우보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수십년간 기업들이 기대왔던 섀도우보팅이 없어지는 만큼 새로운 제도에 의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주로 논의되는 것이 바로 전자투표다. 물론 전자투표 외에도 서면투표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 방법이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면을 통한 투표용지의 송·수신이나 위임장 송달·수령 등의 물리적 번거로움과 최근 IT 환경의 발달 등을 감안할 때 전국에 산재해 있는 다수 소액주주들의 참여를 높이기 가장 최적의 방안이 전자투표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전자투표의 의무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5월말 여소야대 구도를 낳은 20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경제민주화 강화를 위한 법령 개정안이 잇따라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의 채이배 의원이 각각 내놓은 상법 개정안은 주주대표소송, 다중대표소송, 감사위원 선임요건 강화 등의 사항 외에도 일정규모 이상 상장사에 전자투표를 의무화하는 등의 방안을 담고 있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여전히 구멍많은 전자투표제, 실효성 높이려면 = 섀도우보팅 폐지로 주총안건 의결을 위한 주식확보방안을 강구할 필요성이 커지고 법령개정을 통한 전자투표 의무화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의 황현영 입법조사관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섀도우보팅의 폐지만 현재 규정돼 있을 뿐 전자투표 등을 통해 의결정족수를 확보할 방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상태다.

또 현행 상법 시행령은 전자투표로 주주가 일단 의사표시를 하게 되면 이의 철회나 변경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전자투표와 함께 주총불참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서면투표의 경우에는 이같은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 등 의결권 행사에 신중을 기하는 이들은 전자투표를 기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현행 상법에서 전자투표에 대한 규정은 제368조의4조(전자적 방식에 의한 의결권 행사) 조항 하나 뿐이다. 이 때문에 전자투표에 관한 상당부분이 해석에 맡겨지거나 현재 전자투표 관리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자체적으로 정한 '전자투표 관리업무 규정'에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황 조사관은 "현행 상법에 따르면 주주가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싶어도 기업이 전자투표를 채택하지 않으면 이를 이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에 대한 의무화 방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전자투표의 제도상 미비점을 보완해 주주참여율을 높이고 수수료를 경감하는 등 기업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자투표 의무화 방안으로 △상장사의 20% 정도에 해당하는 주주수 1만명 이상 기업에 의무도입을 적용한 후 단계적으로 확산하는 방안 △주총안건을 제출할 수 있는 소수주주권 주식비율에 해당하는 주주들이 전자투표를 원할 경우 기업이 의무적으로 전자투표를 채택토록 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또 "상법시행령의 전자투표 의결 후 철회·변경 금지조항으로 인해 주주들, 특히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가 제약을 받고 있으므로 이를 삭제해 주총 전까지는 철회·변경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며 "외국인 투자자들도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공인전자서명 외에 본인확인방식을 추가해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자투표 관련조문이 1개에 불과해 많은 부분이 해석에 맡겨지거나 전자투표관리 업무규정에 규율되는 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구체적으로 법으로 규정하되 특히 손해배상책임 등에 대해서는 시행령에서 규정해 회사와 주주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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