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리포트

[박보희의 소소한法 이야기]법정에 선 증인…'아무 것도 몰라'도 되는 건가요

[the L]"말할 수 없다"는 증인…이유없는 증언 거부 '50만원 이하 과태료'

편집자주'법'이라면 언제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멀고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영화 한 편을 받아 볼 때도, 당장 살 집을 얻을 때도 우리 삶에 법과 관련없는 것은 없죠. '법' 대로 살아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했을 생활 속의 소소한 질문들을 알아봅니다.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말할 수 없습니다."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열렸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각종 질문에 "말할 수 없습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모릅니다"는 답으로 일관해 보는 사람들의 '뒷목'을 잡게 했는데요.

오죽했으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나서 "증인은 증언할 의무가 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주심을 맡고 있는 강일원 재판관은 "객관적으로 당연히 알 수 있는 내용도 모른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면 적절하지 않다. 객관적 사실을 말해주지 않으면 마치 부정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 의혹이 들 수 있다"며 증인을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핵심 증인들이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 국회 청문회부터 익숙한 장면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법정에 선 증인이 무작정 '모르쇠'로 일관해도 괜찮은걸까요. 정말 기억이 안나는 일을 거짓말로 아는 척을 하는 것은 당연히 안 될 말이지만 "말할 수 없다"며 아는 것 조차 말하지 않겠다고 증언을 거부해도 되는 걸까요.

◇"증인은 '본인·가족'의 죄 입증할 수 있는 증언은 거부 가능"

윤 행정관은 "대통령의 모든 업무는 보안으로 알고 있다"며 말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역시 "업무상 비밀은 (답변) 회피가 가능하다"고 항변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 재판관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거부할 수 있는 증언은 변호사, 변리사 등이 알게 된 타인의 비밀에 관한 사항이다. 모든 일을 말 못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증언 내용이 본인의 범죄 혐의가 되는 부분만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 피청구인(대통령)을 위해 객관적인 사실은 충분히 말해야 한다"고 지적해습니다. 

강 재판관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법정에 선 증인이라도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경우 증인은 증언을 거부할 수 있을까요.

증인은 자신이나 가족 등이 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질 수 있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148조는 누구든지 자기나 친족 또는 친족관계에 있던 자, 법정 대리인, 후견감독인 등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밝혀질 염려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업무상 알게 된 남의 비밀 말 안해도 돼…공익상 필요하다면 증언 가능"

또 법은 업무상 알게 된 사실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정해두고 있는데요. 법이 증언을 안해도 된다고 정해둔 직업은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세무사 △대서업자(법무사)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약종상 △조산사 △간호사 △종교인 등입니다.

같은 법 제149조에 따르면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업무상 위탁을 받은 관계로 알게 된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은 증언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일 하느라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이라면 법정에 증인으로 섰더라도 말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직업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있는 때'는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본인의 허락을 받지 않았어도 공익상 필요할 때는 증언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공무원은 허락 필요…국가 중대 이익 해치지 않으면 허락해야"

그렇다면 공무원은 어떻까요. 윤 행정관은 "대통령의 업무는 보안사항"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했는데요. 법은 공무원이 증인석에 설 경우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정해두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14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직무에 관해 알게 된 사실에 관해 본인 또는 당해 공무소가 직무상 비밀에 속한 사항임을 신고한 때에는 소속공무소 또는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증인으로 신문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증인이 되려면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제147조는 '소속공무소와 감독관공서는 국가에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단서를 달고 있습니다. '국가에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증언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유 없는 증언 거부…50만원 이하 과태료"

증인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을 법이 정해놨다는 것은 곧 이 외에는 증언을 해야 한다는 말이겠죠. 일단 증인이 법정에 섰다면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합니다.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을 벌'을 받게 됩니다.

증언을 거부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증인이 증언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요. 같은 법 제150조에 따르면 '증언을 거부하는 자는 거부 사유를 소명해야' 합니다. 만약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같은 법 제161조에 따라 5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선서를 한 증인이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증인이 한 거짓말을 '위증'이라고 하는데요. 형법 제152조는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약 증인이 일부러 남에게 피해를 줄 목적으로 거짓말을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까지 처해질 수 있습니다. 

◇"법원에 이유없이 안나오면…500만원 이하 과태료·7일 이내 가둬놀수도"

윤 행정관은 법정에 나오기라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헌재가 증인으로 부른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은 아예 행방을 감춰버렸습니다. 법원이 증인으로 부른 사람이 마음대로 오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법원이 부른 증인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오지 않으면 법원은 역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51조에 따르면 '소환장을 송달받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불출석으로 인한 소송비용을 증인이 부담하도록 하고,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만약 증인이 과태료를 받고도 다시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을 통해 7일 이내 감치, 즉 유치장이나 교도소, 구치소 등에 가둘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감치된 증인이 마음을 바꿔 증언을 하면 법원은 즉시 감치 결정을 취소하고 증인을 풀어줘야 합니다. 같은 법 제152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응하지 않는 증인은 구인, 즉 증인을 강제로 법원에 데려올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불출석사유서 내도 판사가 '이유가 안된다' 판단하면 증인 출석 해야

증인이 이유가 있어 법원에 나올 수 없다면 '이런 이유로 갈 수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불출석사유서를 내야 합니다. 헌재가 증인으로 불렀던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불출석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럼 법원이 부를 때마다 불출석사유서를 내면 계속 안나가고 버틸 수 있는 걸까요. 

불출석사유서를 낸다고 해도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원이 볼 때 못올만한 이유가 아니라면 정당한 사유가 아닌 겁니다. 윤보미 변호사는 "법원이 불출석 사유를 인정하지 않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법원이 과태료 등 처벌을 내리거나 강제로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증인이 '법원에 나오라' 통보 받았어야 강제 조치 가능"

법원은 증인을 강제로 법원에 데려올 수도 있고, 증언을 하도록 강요할 수도 있는 셈입니다. 꽤 강력한 권한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헌재는 나타나지 않는 증인들을 강제로 불러낼 수는 없었던 걸까요. 

이같은 강제 조치는 일단 증인들이 '출석요구서'를 받았을 때 할 수 있습니다. 증인으로 선정된 이들이 출석요구서를 받지 않으면 법원은 강제로 이들을 데려올 수가 없습니다. 증인 출석 의무는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아야 생긴다는 거죠. 법원에 오라는 얘기를 듣지도 못했는데 안 온다고 벌을 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이 행적을 감춘 이유이기도 합니다. 헌재는 탄핵심판에 앞서 두 사람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집에 사람이 없어서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전화도 받지 않아 연락도 안되는 상태입니다. 헌재는 결국 경찰에 이들을 찾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제는 경찰이 이들을 법정으로 불러내기 위해 찾아 나선 상황인데요. 헌재는 오는 19일 두 사람을 다시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날에는 증인석에 선 이들을 볼 수 있을까요. 

법원은 증인을 강제로 부를 수도 있도, 거짓말을 하면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규정이 있어도 판사는 말하지 않는 증인의 입을 억지로 열 수는 없습니다. "기억이 안나"는 증인이 갑자기 기억해내도록 할 수도 없고, 증인이 "모르는 일"을 알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결국 모든 것은 증인석에 선 증인의 양심에 따른 것이겠죠. 다음 재판에서는 증인들이 조금 더 기억해내기를 바라봅니다. 전 국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증인으로 출석한 자는 여비와 일당, 숙박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법 제168조는 소환받은 증인은 여비, 일당, 숙박료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해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없이 선서나 증언을 거부한 자는 받을 수 없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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