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1회 변론기일인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뒤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 측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자료를 10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헌법재판소가 자료를 요구한 지 20일 만으로 박 대통령의 당일 행적에 대한 각종 의혹이 어느 정도까지 해소될지 주목된다. 세월호 7시간 행적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 중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과 직결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박 대통령 측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받았고 밝혔다. 이 자료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이 거의 분 단위로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박 대통령이 서면 보고를 받아 검토하고 전화로 지시를 내렸다는 등의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지난달 22일 첫 준비절차 기일에서 이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며 제출을 미뤄왔다. 이에 소추위원단이 1600여쪽에 달하는 준비서면과 증거를 먼저 제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은 윤전추 행정관의 진술을 통해 일부 드러난 바 있다. 윤 행정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8시30분쯤 호출을 받고 청와대 관저로 향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개인업무'를 도운 뒤 박 대통령이 오전 9시쯤 관저의 집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윤 행정관은 당시 박 대통령이 머리를 풀어헤치지 않고 단정했다고 기억했다.

윤 행정관은 오전 10시쯤 관저 직원에게 받은 서류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윤 행정관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관저 집무실로 급히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 박 대통령은 평소 정오쯤 점심을 먹지만, 이날은 평소보다 식사를 늦게 시작해 빨리 끝냈다고 했다. 오후에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48·구속기소)이 관저에 들렀다.

윤 행정관은 오후 2시50분 쯤 '전원구조' 보도가 잘못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의 심각함을 느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쯤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을 준비했고, 미용사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평소보다 짧은 시간 동안 머리 손질과 화장을 받았다. 윤 행정관은 미용사 등 2명을 청와대 밖으로 데리고 나갔고, 박 대통령이 중대본을 방문할 때 동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윤 행정관은 박 대통령의 개인업무가 무엇이었는지, 박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안·정 전 비서관이 들어간 시간이 정확히 언제였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거나 '보안상 이유로 말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구조 책임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는 거다.

반면 박 대통령 측은 "승객구조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사고수습에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현장의 미숙한 조치를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