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철균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최순실씨(61·구속기소) 딸 정유라씨(21)에게 학사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류철균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51·필명 이인화)가 재판을 받게 됐다. 특검 수사 결과, 최씨가 류 교수를 직접 찾아가 "편의를 봐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 '윗선'으로 지목된 최경희 전 총장(55),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62) 등도 줄줄이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9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류 교수를 구속기소했다. 류 교수는 지난해 1학기 이대에서 'K-MOOC :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라는 강의를 맡았다. 그는 수강생이던 정씨가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 시험을 치르지 않았는데도 합격에 해당하는 성적을 부여했다.

정씨가 부당하게 학점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엔 엄마인 최씨가 있었다. 최씨는 정씨와 함께 류 교수를 찾아가 "체육특기자인 정유라가 훈련차 해외에 나가야 하므로 학점과 출석에 편의를 봐달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이 같은 요청을 김 전 학장을 통해서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특검 조사에서 "김 전 학장이 세 차례 부탁해 최씨와 정씨를 한 번 만난 적 있는데 당시엔 이들이 누군지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 교수는 "모든 일을 김 전 학장의 지시에 따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류 교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답안지 조작' 등으로 자신의 범행을 덮으려 해 증거위조교사·사문서위조교사·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까지 적용받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교육부 감사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조교들을 시켜 정씨 이름의 답안지를 허위로 작성하게 했고 출석부를 손 본 것으로 드러났다. 류 교수 지시로 만들어진 '가짜 답안지' 등은 실제로 교육부 감사관에게 제출됐다.

류 교수는 서울대 국문학과 출신으로 1993년 '정조 독살설'을 다룬 소설 '영원한 제국'을 출간해 유명세를 탔다. 1997년 발표한 소설 '인간의 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이대 비리 수사는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검팀은 이날 최 전 총장을 다시 불러 조사하고 있고,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최 전 총장은 현 단계에서 이 사건 마지막 소환자로 꼽힌다. 다만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