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인 최순실 씨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탄핵법정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운영에 관여한 적 없다"고 한 최순실씨(61)의 주장과 배치되는 당시 재단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에 대한 6차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나온 이한선 전 미르재단 상임이사는 최씨를 재단의 '회장님'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이사는 "큰 방향에 대해 (최씨가) 지시를 했기 때문"이라며 "(최씨를) '회장님'이라고 불렀고 최씨의 이름을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는 최씨가 자신의 일정에 맞춰 미르재단 운영과 관련된 회의를 열었다고 했다. 이 회의엔 차은택씨(48·구속기소)와 김성현 사무부총장 등도 참석했다고 한다. 이 전 이사는 "회의에서 말을 제일 많이 했던 사람은 최씨였다"며 "최씨의 말을 받아적고 최씨가 말한 걸 실행하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재단에서 공식 직함도 없던 최씨가 '우두머리' 역할을 한 것이다.

K스포츠재단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법정에 또 다른 증인으로 나온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도 최씨를 '회장님'으로 불렀고, 최씨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고 증언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최씨는 재단에서 '회장님'으로 불리면서 업무 전반에 대해 지침을 내렸다"며 "연봉 이야기도 당시 회장으로 부르던 분과 했다"고 진술했다. 이외에 최씨는 재단 자금에 대해 보고를 받고, 인사도 직접 정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최씨의 뒤에 청와대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고 한다. 정 전 사무총장은 "최씨가 저한테 '재무이사를 하라'고 지시하고 하루 이틀 뒤 안 전 수석이 전화로 같은 내용을 얘기했다"며 "최순실 회장이라는 분이 어떤 형태로든 청와대와 연결돼 있어 K스포츠재단의 업무를 관장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전 이사도 ""(최씨가) 회의할 때 사업 의견을 내면 청와대에서 나중에 알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최씨가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나와 한 진술과 모순된다. 당시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운영 등 직접적인 것엔 관여한 적이 없다"며 "거기 가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또 "결재, 자금 이런 논의되는 것에 관여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은 성격상 측근이 (일을) 도모하는 것을 싫어하신다"며 "'(미르·K스포츠재단을) 지켜만 보라'고 하셨는데 (내가) 엮이다 보니 대통령도 심한 저거(충격)를 받으셨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