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홍봉진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 작성·관리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이 구속 후 처음으로 특검에 출석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도 이틀 연속 특검에 나왔다.

김 전 실장은 22일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법무부 호송차량을 통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는 검은색 정장 차림에 수갑을 찬 채로 걸음을 옮겼다. 조 전 장관 역시 검은색 정장을 입은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아무런 말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두 사람을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일이었는지,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전날 새벽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등 혐의로 나란히 구속됐다. 조 전 장관은 구속 후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고 사표가 수리돼 '전직 장관' 신분이 됐다.

특검팀은 전날 두 사람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조 장관만 나와 3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실장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응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 문건엔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 약 1만명의 이름이 담겼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들이 실제로 각종 지원 정책에서 배제되는 등 탄압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문건은 2014년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만들어 문체부가 관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시 정무수석으로 재직했던 사람은 조 전 장관이다.

특검팀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최종 지시자'로 의심 받는 박 대통령을 본격적으로 겨눌 방침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다음 달 초로 예정돼있다.

한편 이날 최씨 조카 장시호씨, 현 정부에서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했던 차은택씨,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이인성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 등도 특검에 출석했다. 이들은 모두 한 호송차에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