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뉴스1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 실체를 폭로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박근혜 대통령 지시가 있었는지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처럼 정권에 밉보여 배제된 공무원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유 전 장관은 2014년 1월 박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를) 이런 식으로 하실 거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다고 지난달 CBS 라디오에서 밝혔다. 박 대통령 지시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는 2014년 6월 블랙리스트 문건을 직접 확인했다며 그 존재를 폭로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그 후 한 달이 지나 면직됐다. 청와대와의 갈등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장관은 청와대의 부당한 인사 개입이 있었던 사실도 알린 바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4년 10월 블랙리스트에 비판적인 문체부 1급 실·국장 6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중 3명이 사직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노 전 국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하며 인사 조치를 했을 당시 지시를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또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특정인의 임명을 요구하며 김 전 실장을 끌어들였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특검팀에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의혹의 몸통으로 꼽히는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을 지난 21일 새벽 구속하고 전날 불러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조사를 토대로 '최종 지시자'로 의심 받는 박 대통령을 정조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