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이 일러도 2월말에나 내려질 전망이다. 헌법재판소가 최소한 다음달 7일까지 증인 신문을 이어가기로 하면서다.

만약 헌재가 2월이 가기 전 탄핵소추 인용을 결정한다면 박 대통령은 파면과 동시에 특별검사팀의 구속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운명을 건 '시간싸움'이 시작됐다.

◇운명의 2월말

헌재는 23일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8차 변론에서 추가 증인 신문 일정을 확정했다. 우선 다음달 1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신문이 예정됐다. 다음달 7일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조성민 더블루K 대표가 증인으로 소환된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 퇴임하는 박한철 헌재소장의 임기 중 탄핵심판 결정은 무산됐다. 통상 변론이 끝난 뒤에도 헌법재판관 평의와 결정문 작성 등에 약 2주가 걸린다는 점에 비춰볼 때 탄핵심판 결정은 일러도 2월말에나 가능하다. 증인 신문 일정이 또 다시 추가된다면 3월로 넘어갈 수도 있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 시점은 박 대통령의 신변에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박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은 특검의 1차 수사기간이 2월말까지라는 점에서다.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를 수용할지 미지수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문제에 대해 "지금은 수사에 전념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그때 가서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의 '와일드카드'

만약 헌재가 2월말까지 탄핵소추 인용 결정을 내린다면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가 종료되기 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 경우 불소추특권이 사라지면서 특검의 구속수사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나 탄핵소추 인용 결정이 3월 이후에 내려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검 활동이 중단된 뒤에도 검찰이 수사를 이어갈 수 있지만, 황 권한대행의 지휘를 받는 검찰이 박 대통령을 상대로 불구속수사 대신 구속수사를 택할지는 의문이다.

박 대통령 측이 헌재를 상대로 지연전략을 펼치는 이유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날 헌재에 39명의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했다. 명단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포함됐다.

박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늦추기 위한 '와일드카드'로 헌재 변론에 직접 출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탄핵심판의 당사자가 직접 변론 출석을 원할 경우 헌재로선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박 대통령이 2월 중순 이후 변론에 출석할 경우 평의와 결정문 작성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탄핵심판 결정은 3월 이후로 늦춰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