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6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길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16일 오전 10시30분부터 이 부회장의 영장심사를 진행했다. 한 판사는 오후 3시30분이 돼서야 재판을 잠시 휴정했고 3시50분부터 이 부회장에 대한 심리를 재개했다. 5시간 이상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한 판사는 이 부회장의 구속 필요성과 정당성 여부에 대한 양측의 주장을 듣고 판단을 내리게 된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특검 측은 양재식 특검보와 윤석열 수사팀장, 한동훈 부장검사 등 이 부회장 수사를 전담했던 간부들을 비롯해 총 5명의 수사진을 대거 영장심사에 투입해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특검은 430억 원대 뇌물공여라는 범죄의 중대성,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짓고 있는 이 부회장의 태도 등을 고려하면 구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미 이를 위해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있다고 자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검은 특히 안종범 전 청와대 정잭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을 중요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 후 보강 수사과정에서 이 수첩들을 입수했다. 이 안에는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시 나눈 대화의 내용,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주려 했다는 정황이 다수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이 증거능력을 문제삼고 있지만 이 역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전날 “‘안종범 수첩’은 안 전 수석이 폐기하라고 비서관에게 맡긴 것을 비서관이 청와대 서랍에 보관하고 있다가 변호인 동의 하에 특검에 제출한 것”이라며 “안 전 수석도 특검에 출석해 이 수첩의 내용을 확인하고 내용 사실이라고 진술했으며 증거로 제출된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의 뇌물공여 혐의 적용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대가를 바라고 최씨 일가를 지원하지 않았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최씨 일가 지원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 보강 수사에서 드러난 삼성 SDI 주식 매각,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도 특혜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의 문강배 변호사, 송우철 변호사, 이정호 변호사, 권순익 변호사, 오명은 변호사에 조근호 변호사와 김준모 변호사 등 총 7명을 투입했다.

한편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