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소환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모습/사진=김휘선 기자

수사 기간 종료를 열흘 앞두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이 19시간에 걸친 밤샘 조사를 마치고 19일 오전 4시44분 귀가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우 전 수석은 특검 조사를 마치고 나와 '최순실씨가 경찰청장, 우리은행장 인사에 개입한 것이 사실인지' 묻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 말씀 해달라는 요청 등엔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대기 중이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에 올랐다.

고강도 조사를 벌인 특검은 수사 종료일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18일 오전 9시50분쯤 특검에 출석한 우 수석은 '최순실을 아직도 모른다는 입장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또 우 전 수석이 아들이 입대 후 편한 곳으로 보직을 받았다는 '꽃보직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그동안 충분히 밝혔습니다. 청탁한 적 없습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우 전 수석은 현 정부에서 최순실씨 일가의 국정 농단을 알면서 묵인했다는 의혹부터 인사비리, 수사정보 유출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 수사 대상을 정해놓은 특검법 제2조 9호와 10호는 우 전 수석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방조·비호했다는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내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도록 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K스포츠재단에 롯데그룹의 수사 정보를 넘겨줬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K스포츠재단은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가기 하루 전 날 롯데그룹에게 받은 돈 70억원을 갑자기 돌려줬다. 3개월에 걸쳐 받아낸 돈을 며칠 뒤 갑자기 돌려준 데는 수사 정보가 유출됐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외에도 문체부 국·과장급 6명의 좌천성 인사에 개입하고 최씨 추천으로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돕는 등 현 정부에서 빚어진 각종 '인사 비리'에도 두루 연루됐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도 수사해 왔다. 우 전 수석은 입대한 아들이 편한 곳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병역 비리 의혹,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을 빼돌려 유용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위해 특검은 우 전 수석의 아들을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편한 보직으로 선발한 백승석 경위, '정강'에 이우환 화백의 작품 등 수억원대 서화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우찬규 학고재 대표 등을 불러 조사한 바 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핵심 수사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특검 수사 기간 만료 열흘을 앞두고서야 소환했다. 다른 수사 대상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온 특검이 유독 우 전 수석 수사에서만 더딘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특검이 우 전 수석 수사를 애초에 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