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사진=김휘선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촉박한 수사 일정을 고려했을 때 빠르면 19일 중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해 금명간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현재 조서를 검토 중인데 오늘 안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달 28일 공식 수사기한이 만료되는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전날 오전 10시 특검에 출석해 이날 오전 4시44분까지 19시간 가까운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을 상대로 특검법에 명시된 조사 대상부터 확인했다. 특검법 2조 9호와 10호에선 우 전 수석이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국정농단을 방조·비호했다는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54)의 내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도록 정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전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나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씨를 모른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조사실에서도 관련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수석은 현 정부에서 빚어진 각종 인사 비리에도 연루돼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6명의 좌천성 인사에 개입하고 최씨 추천으로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58)가 임명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또 특검은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도 두루 살펴봤다. 의경으로 복무한 아들이 편한 곳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을 빼돌려 썼다는 의혹 등을 수사했다.

아울러 우 전 수석은 K스포츠재단에 롯데그룹 수사 정보를 넘겨줬다는 의혹, 세월호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 등도 받는다.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모른다", "아니다"로 버텨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2014년 5월부터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까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우 전 수석은 애초부터 특검의 수사 성패를 판가름할 주요 대상으로 지목됐다. 해박한 법률지식으로 법망을 잘 빠져나가는 터라 어려운 수사 대상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특검은 우 전 수석에 대해서만 유독 더딘 수사를 진행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에 박차를 가하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구속기소)의 신병을 확보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8)을 두 차례 시도 끝에 구속한 것과 대조적이다.

결국 시간상 한 차례 소환조사만으로 수사를 마무리하게 됐다. 특검은 '봐주기' 비판 여론을 감안해서라도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검이 이날 중 영장을 청구할 경우 구속 여부는 21일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가려진다.

특검 관계자는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 일정이 밀린 배경에 대해 "초기부터 꾸려졌던 '우병우 수사팀'이 김기춘 전 실장과 관련된 '블랙리스트' 수사를 먼저 하고 복귀할 예정이었는데 이 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졌다"며 "결국에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