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14차 변론 모습./ 사진=뉴스1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3월로 미뤄달라"는 박근혜 대통령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20일 심판정에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열리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 중으로 해당 요구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전망이다. 앞서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최종변론기일을 다음달 2~3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대리인단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 증거조사가 끝나고 일주일 후에야 최종변론을 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대리인단 대표인 이중환 변호사는 "그 사건보다 훨씬 복잡한 이번 사건에서 증거조사를 종결한 후 최종변론기일을 일주일 만에 정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날 15차 변론과 22일 16차 변론을 연 뒤 오는 24일을 최종변론기일로 지정해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15차 변론에선 방기선 전 청와대 행정관, 16차 변론에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각각 예정돼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2주의 평의를 거쳐 3월 초 선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계획이 틀어질 우려가 있다.

법조계는 헌재가 박 대통령 측의 요청을 기각하고 24일 최종변론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헌재는 지난 16일 14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이 24일 최종변론 방침에 반발했을 때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헌법재판관 출신인 이동흡 변호사가 "5일이나 7일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하자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선임되기 전부터 23일까지 모든 자료를 다 받기로 돼 있었다. 최근 제출한 서면 자료로 양측 주장을 이미 다 정리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 권한대행은 "국정공백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두 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 측이나 소추위원단 측이 원하는대로 몇 개월 이상 재판을 할 수 없다"며 24일에 최종변론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에 박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나갈 테니 최종변론을 미뤄달라고 다시 요청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헌재는 거절할 명분을 찾기 힘들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직접 출석한다면 국회 소추위원단이나 재판관들의 신문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손범규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대통령에게 보장되는 최후진술권의 행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