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사진=김휘선 기자

'운명의 날'을 맞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이 2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임하기에 앞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우 전 수석이 이번에도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법의 심판대 앞에서 단죄를 받을지 주목된다.

우 전 수석은 법원 출석에 앞서 이날 오전 9시28분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를 여전히 아직도 모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질문한 기자를 노려보며 "예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특검이 적용한 혐의를 인정하느냐' 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 저었고,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는데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0여분 뒤 특검 수사관과 사무실에서 내려와 법원에 출석하면서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한 뒤 차에 올라탔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오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6기로, 우 전 수석보다 7기수 아래다. 후배 법조인의 손에 가려질 우 전 수석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나 다음날 새벽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19일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별감찰관법 및 국회증언·감정법 위반(국정감사 불출석) 혐의도 적용했다. 특검은 이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주요 쟁점으로 삼고 있다. 법정에서 양측의 양보 없는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 전 수석은 현 정부에서 빚어진 각종 인사 비리에 연루돼있다. 그는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인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6명의 좌천성 인사에 개입하고 CJ E&M에 대한 표적 조사를 거부한 공정거래위원회 국장급 간부의 강제퇴직을 이끌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박정욱 한국인삼공사 임명과정, K스포츠재단의 20대 헬스트레이너 채용과정에서 '민간인 사찰'을 벌였다는 의혹이 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국정농단을 알면서도 방조·비호한 혐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54)의 내사를 방해하고 특별감찰관실 해체를 주도한 혐의 등도 받는다. 이는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이 밖에 의경으로 복무한 아들이 편한 곳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을 빼돌려 썼다는 의혹 등도 있지만 이 같은 개인 비리는 이번 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2014년 5월부터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까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우 전 수석은 애초부터 특검의 수사 성패를 판가름할 주요 대상으로 지목됐다. 해박한 법률지식으로 법망을 잘 빠져나가는 터라 어려운 수사 대상으로 꼽히기도 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구속기소)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8)에 이어 우 전 수석까지 구속될 경우 특검은 성공리에 활동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수사기간은 오는 28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