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결제를 하는 등 이익을 취한 사람은 돈을 훔친 사람과는 다른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재산을 가로챈 경우에 해당한다. 때문에 우리 형법은 신용카드를 통한 타인의 재산상 이익 침해를 ‘절도죄’와는 별도의 범죄 유형으로 다루고 있다. 관련 판례(2002도2363)를 살펴보자.

A씨는 B씨 명의로 신용정보 회사에 접속해 B씨의 신용정보를 조회하면서 마치 자신이 B 본인인 것처럼 입력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그 후 A씨는 B씨 명의의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사용료 2000원을 지급 결제되도록 했다.

이후 이 같은 카드 사용이 적발돼 수사기관에 넘겨진 A씨는 검찰에 의해 컴퓨터등사용사기죄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진실한 자료를 권한 없이 사용한 경우에도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해당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컴퓨터등사용사기죄 위반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실한 자료를 권한 없는 사람이 사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때에도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해당된다"며 "이런 행위는 오히려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개개의 명령을 부정하게 변경, 삭제, 추가하는 방법으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때보다 훨씬 손쉽게 또 더 자주 저질러질 것임도 충분히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비록 A씨가 만들기는 했지만 B씨의 명의 등을 이용해 정상적으로 발급됐던 신용카드는 '진실한 자료', 즉 B씨의 정보를 통해 만들어진 사실에 입각한 카드다. 하지만 A씨는 B라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사용하게끔 만들어진 B씨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할 권한은 없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A씨는 B씨의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으며, 사용해 2000원을 결제한 부분은 그 금액 상당의 이익을 취한 것이 돼 A씨에게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 판례 팁 = 형법 제347조의2에서 말하는 '정보처리장치'는 재산적 이익의 득실에 관계된 계산장치를 말하며, 현금자동인출기가 대표적인 이 법에서의 정보처리장치에 해당된다.

◇ 관련 조항

- 형법

제347조의2(컴퓨터등 사용사기)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