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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건물수리는 세든 사람 부담" 특약하면 건물주는 의무 없나?

[the L] 다른 사정 없다면 큰 범위의 건물 수리는 여전히 건물주 임대인 몫…다만 임대인 수선의무 면제 특약은 가능해

편집자주[친절한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강남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오피스 빌딩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임대차계약관계에서 임차목적물인 부동산에 여러 가지 수선이 필요한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중 누가 수리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를 두고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와 관련해 임대차계약 관계의 당사자인 임대인과 임차인이 건물수리를 임차인이 하도록 하는 특약을 맺을 경우, 그 특약의 의미와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를 판단한 대법원 판례(2007다91336)가 있어 소개한다.

 

A씨는 B씨 등과 자기 명의의 건물을 임대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시 이들은 특약에 ‘건물수리는 입주자가 한다’는 내용을 기재했고, 월세계약서에도 같은 내용을 적었다.

 

그런데 건물을 빌린 임차인인 B씨 등이 A씨의 건물에 입주한 동안 누수현상이 점포 전반에 걸쳐 나타났고, 이런 현상이 오래 지속됨으로써 결국 점포에 대한 전면 수리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B씨 등은 일단 본인들의 돈으로 점포를 수리했다.

 

이후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B씨 등은 건물을 비워서 넘겨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누수 당시 점포 수리비로 지출했던 돈을 돌려줘야 상가를 정리하겠다"며 건물에서 나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B씨 등을 상대로 임대차계약 종료에 따른 건물명도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와 B씨 등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했던 특약의 범위가 문제됐다. '건물수리는 입주자가 한다'는 내용의 의미가 건물주인 임대인의 수선의무를 전부 면책하기로 하는 특약이라면 B씨 등의 수리비 지급 요구가 타당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누수 수리 비용은 건물주 A씨의 책임이라는 의미다.

 

재판부는 "임대차계약을 한 임대인은 계약이 존속하는 기간 동안 그 임차목적물을 임차인이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상태를 유지시켜 줄 의무를 부담한다"며 "임차목적물에 파손이나 장해가 생겨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으로 정한 목적에 따라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된 경우, 그것이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임차목적물에 발생한 하자가 수선되지 않으면 임차인이 계약으로 정한 목적에 따라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법원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임대인 수선의무 면제 특약'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특약에서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지 않고 단지 A씨와 B씨 등이 맺은 특약처럼 '건물수리는 입주자가 한다'는 정도에 그치는 특약이라면,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면한다거나 임차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범위를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 등 소규모의 수선에 한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 법원은 "대파손의 수리,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에 대한 대수선, 기본적 설비부분의 교체 등과 같은 대규모의 수선은 특약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여전히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 판결로 A씨는 B씨 등에게 수리 비용을 전부 돌려주고 나서야 건물을 넘겨받을 수 있게 됐다.

 

 

◇ 판례 팁 = 판례의 설명처럼, 임대인과 임차인이 특약으로 "대파손에 대한 대수선을 포함한 일체의 수선은 임차인 책임으로 한다"는 내용이 계약에 명시돼 있는 경우에는 얼마든지 임대인은 임대차계약기간 중 발생한 크고 작은 수리비 일체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위 사례에서 대법원이 임대인에게 대수선 책임이 있다고 본 이유는 명확하지 않은 특약 때문이었다. 즉, 우리 법원은 면책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면, 약자인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특약을 해석하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 관련 조항

- 민법

제623조(임대인의 의무)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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