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입주자대표회의가 부녀회 해산할 수 있을까

[the L]부녀회는 자생단체…법률적 근거 없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해산 결의할 수 없어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는 자생 단체에 해당하는 부녀회를 해산하는 결의를 할 수 없다는 부산지방법원의 판결이 있다. 아파트의 입대의에서 아파트 부녀회를 해산할 권한을 가지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입대의와 부녀회 사이에 다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다툼이 심화되는 경우에는 서로 형사 고소를 하거나 이번 칼럼에서 다루는 사건처럼 입대의에서 부녀회를 해산하고자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 사건은 최근 아파트 부녀회를 해산한다는 입대의의 결의에 관해 해당 결의가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 (부산지방법원 2008. 12. 12. 선고 2008가합13756 판결)


이 사건에서는 입대의와 부녀회 간 갈등이 심각했다. 입대의는 부녀회가 아파트 입주민의 공동재산인 재활용품 판매수익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산 내역을 보고하고 이에 대한 승인과 감사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를 거부하고 의무를 지키지 않았으므로 부녀회를 해산하기로 결의한 입대의의 결정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산지법에서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입대의가 위임과 유사한 부녀회와의 법률관계를 해지하고 만약 부녀회가 입주자대표회의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야 할 일정한 수익금을 자기를 위해 소비한 때에는 민법 제685조의 규정을 준용해 그 손해의 배상 등을 구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관련 법규나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리규약에 부녀회 해산에 관한 아무런 근거 규정이 없는 이상 입대의가 독립적 자생단체인 부녀회를 해산할 권한을 가진다고는 할 수 없다.


즉 입대의가 부녀회를 해산시키려면 그에 맞는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부녀회 해산 결의를 했다고 해서 이를 인정할 순 없단 얘기다.


법원에서는 입대의의 의결에 대해 관련 법률과 규약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경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해당 결의를 유효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바와 같이 입대의의 의결이 입주민이나 어떠한 단체에 대한 권리 및 의무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해당 결의 자체를 무효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법원의 태도에 비춰봤을 때 부녀회를 해산하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무효라고 본 해당 판결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판결이다. 이 사건과 같이 만약 자생 단체인 부녀회 자체를 해산하는 의결이나 그 외 입주민의 기본적인 권리인 열람이나 등사에 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결이 아무리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이뤄졌더라도 유효하다고 인정받을 수 없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권형필 변호사는 주로 집합건물과 부동산 경매 배당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서 집필, 강의, 송무 등으로 활동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경매·집합건물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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