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상 첫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되는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 2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4번 출입구에 출석하자 주변은 얼어붙은 듯 긴장감이 흘렀다. 카메라 플래시 소리만이 터졌다.

검은색 에쿠스 차량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이 미리 준비된 포토라인에 도착할 때까지 내디딘 걸음 수는 55걸음 남짓.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다소 긴장한 듯 경직된 표정이었다. 위아래 짙은 감색 정장을 입은 그는 평소와 같은 올림머리에 검은색 구두를 신었다.

박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지 않은 채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뒤 두 번째로 국민 앞에 서는 자리였지만 준비된 메시지는 없었다. 경호상의 문제로 멀찍이 떨어져 있는 취재진이 "국민에게 어떤 점이 송구한가", "뇌물 혐의를 인정하나", "세월호 인양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 21일 검찰에 소환될 때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고 말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영장심사가 진행되는 321호 법정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이동했다. 박 전 대통령이 법정으로 이동한 직후부터 321호 법정으로 이어지는 검색대를 포함한 3층 주변은 출입이 제한됐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출석에 앞서 4번 출입구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법원 직원,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 취재진 등으로 북적였다. 청사 주변에는 2000명에 가까운 경찰 병력들이 배치됐다. 4번 출입구 쪽에는 사전 허가된 비표를 지닌 사람만 간단한 소지품 검사를 거친 뒤 접근할 수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강남구 삼성동 사저를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시 9분, 법원에 있던 경호원들은 각자 지정된 자리에 가 대기했다. 박 전 대통령이 법원에 들어선 뒤 취재진과 경호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10여명의 경호원들이 박 전 대통령 주변을 둘러싸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탓이다.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을 쥔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43·사법연수원 32기)는 구속 여부를 심리하기 시작했다. 심사는 통상 2∼3시간이 걸리지만, 이날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혐의가 13개에 달하고 관련 자료도 12만 페이지에 이를 만큼 방대한 탓이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나 다음날 새벽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검 내 청사로 이동해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대기할 것으로 보인다. 불체포 피의자의 유치장소는 검찰의 청구와 법원의 결정으로 정해진다. 박 전 대통령처럼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피의자의 경우 검찰청사 내 구치감에 대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치장소는 심사가 끝난 뒤 법원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