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으로 헌정 사상 첫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30일 오전 10시 2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4번 출입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미리 준비된 포토라인까지 약 20m의 거리를 무거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다소 긴장한 듯 경직된 표정이었고, 위아래 짙은 감색 정장을 입었다. 평소의 올림머리도 여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지 않은 채 곧바로 심사가 진행된 321호 법정으로 향했다. 10여 명의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계단을 올랐다. “국민에게 어떤 점이 송구한가”, “뇌물 혐의를 인정하나”, “세월호 인양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나” 등의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321호 법정으로 이동한 직후부터 이곳으로 이어진 검색대를 포함한 3층 주변은 출입이 제한됐다. 법정 앞에는 경호원들이 배치됐다. 옆에서 진행되는 재판들은 그대로 열렸다. 다만 소송 관계인들은 4번 출입구 쪽 통로가 아닌 다른 길을 안내받았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의 심리로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영장심사는 오후 1시 6분쯤 잠시 멈췄다. 박 전 대통령은 이때 법정 옆 대기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시 13분쯤 경호원이 김밥이 든 도시락을 들고 법정으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경호원이 커피를 들고 올라갔다.

영장심사는 오후 2시 7분 재개됐고, 오후 4시 20분부터 4시 35분까지 한 차례 더 휴정했다. 혐의가 13개에 달하고 관련 자료도 12만 페이지에 이를 만큼 방대한 탓에 심사가 길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역대 최장시간의 영장심사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7시간 30분 이었다.

심리가 끝나면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준비한 차량을 타고 곧장 법원 바로 옆 서울중앙지검 청사 내 구치감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이 유치장소는 검찰의 청구와 법원의 결정으로 정해지는데 박 전 대통령처럼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피의자의 경우 검찰청사 내 구치감에 대기한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이곳에 있어야 한다. 법원과 검찰은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유치장소를 결정했다.

강 판사는 심문이 끝난 뒤 관련 기록을 검토하고 충분히 고민한 후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나 31일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