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검찰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구속됐다. 형사소송법에 정해진 구속기간은 최장 20일이다. 검찰은 이 안에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이 '40년지기'인 최순실씨(61·구속기소)와 한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원칙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범으로 지목된 만큼 함께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실제 두 사건이 병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졌다. 이미 최씨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는 점에서다. 실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소기소) 등의 강요 등 혐의에 대한 사건은 이미 절반 이상 심리가 진행됐다.

그러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기소한 최씨의 뇌물 사건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뇌물 사건은 현재까지 공판준비기일만 진행됐을 뿐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하지 않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뒤늦게 기소가 된 탓이다.

당초 검찰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기업들로부터 받아내거나 약속받은 출연금과 지원금 등을 부당한 압력과 강요에 의한 결과물로 결론내렸다. 그러나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이 그룹 경영권 승계에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뇌물을 건넸다고 보고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최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쟁점이 공통되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중 뇌물 부분을 따로 떼어 최씨나 이 부회장 사건과 병합해 진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박 전 대통령은 최씨 또는 이 부회장과 함께 법정에 서게 된다. 다만 이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이 20일 안에 기소되는 점을 고려하면 그 기간 동안 최씨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만큼 실제로 병합이 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이 한 법정에 서게 될 가능성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는 최씨와 안 전 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기소), 이 부회장 등이 증인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공소사실이 대부분 겹치는 탓이다. 반대로 박 전 대통령이 다른 공범들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인 만큼 대규모 방청객을 수용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법정은 150석 규모다. 최씨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들은 모두 이 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다.

417호 법정은 1996년 3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12·12사태 및 비자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때 나란히 섰던 곳이다. 통상 법정 내 촬영은 허용되지 않지만 당시 법원은 이례적으로 법정 내 촬영을 허가했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이 법정에 서게 된다면 이번에도 언론에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