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장기수선충당금을 변호사비용에 사용했다면?

[the L]2013년 주택법 개정 이전이라면 '횡령' 아닐 수도…현재는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엄격 규율


2013년 구 주택법이 변경되기 전까지 장기수선충당금을 그 규정된 목적이 아닌 곳에 사용했더라도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소개한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3도14777 판결).


장기수선충당금과 더불어 장기수선충당금에 귀속될 수 있는 잡수익 등에 대해서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조언할 때는 그것을 절대로 임의로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그 이유는 현행법상 장기수선충당금은 그 지출에 관해 법에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기수선충당금으로는 장기수선 계획에 정해진 공사 외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소규모 아파트의 경우에는 재정상태가 열악하다. 그래서 가끔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에는 여지없이 행정청의 고발과 업무상 횡령죄가 문제된다.

2013년 구 주택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용도 외에 사용하는 것이 법률이나 시행령에 의해 금지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장기수선충당금과 그 지출 성격이 유사한 특별수선 충당금을 용도 외로 사용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파트에 대한 하자진단비와 더불어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했다. 그런데도 원심에서는 이에 대해 형법상 횡령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이 판결을 뒤집고 파기환송했다. 용도가 특정한 공금인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그 사용에 있어서 위탁의 취지에 반해 사용했다고 볼 수 없으며, 그 처분의 이익이 자신 또는 제3자가 아니라 재물의 소유자 또는 위탁의 주체를 위한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대상 판결은 장기수선금충당금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목적을 불문하고 횡령죄의 구성요건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의가 있다. 특히 2013년 주택법 개정 이전에 장기수선충당금을 공적 업무에 사용해 기소된 입주자대표회의 동대표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판례가 될 것이다.


다만 현재는 공동주택관리법으로 장기수선충당금의 용도를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다. 2013년 이후 발생한 장기수선충당금을 임의로 사용했다면 그 목적을 불문하고 횡령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권형필 변호사는 주로 집합건물과 부동산 경매 배당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서 집필, 강의, 송무 등으로 활동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경매·집합건물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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