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들어가든지 당신도 삭제되든지

[the L]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함께 하는 세상 바라보기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얼마 전 '조현병'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온종일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사건에서 유인 및 살해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가 조현병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경찰의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현병에 대한 우려부터 정신질환이 있다고 감형을 해서는 안 된다, '정신병자'를 격리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현 시점에서 이 사건은 조현병으로 인한 우발적인 살인보다 계획적인 살인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피의자가 범행 전 초등학교 하교 시간을 알아보고,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집으로 유인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시신을 훼손한 뒤 흔적을 없애는 치밀함까지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것이 아닌 계획적 살인이었다, 미성년자라고 감형을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억하는가. 피고인은 평소 여성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흉기를 가지고 기다리다가 남성들은 제치고 처음 발견한 여성을 살해하였다. 여성혐오범죄라는 지탄을 받았으나 이러한 여론은 일시에 사그라졌다. 피고인이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경찰의 발표 직후였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여성혐오범죄가 아닌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규정하였고, 또 다시 조현병에 대한 불안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가해자의 정신병력 발표 후 사람들의 반응이다. 약속이나 한 듯 병에 대한 방어기제가 공격적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조현병이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전국민 4명 중 1명은 살면서 정신건강의 문제를 경험했다…당신이라고 예외일까"

조현병은 부정적 이미지가 많은 병이다. 그러나 전 인류 중 1%의 유병율을 보이고 있다. 100명 중에 1명이 조현병이란 건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국내만해도 50만명 이상이 알게 모르게 조현병을 앓거나 앓았던 것이다. 이것을 일반 정신질환의 영역까지 넓혀보자.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국민 4명 중 1명은 살면서 한 번 이상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의 문제 경험했다고 한다. 

여러분은 제외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거나 그랬다가 괜히 병원기록이 남아서 불이익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가.

우리는 정신병이 만연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전부 위험한 사람들일까? 지난해 경찰청의 범죄통계를 보면, 2014년 한 해 동안 일어난 범죄 171만2435건 중 정신이상·정신박약·기타 정신장애가 있는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6256건(0.36%)이었다.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는 2만5065건 일어났는데 정신이상·정신박약·기타 정신장애인의 범죄는 654건(2.6%)이었다. 

"정신장애인이 저지른 범죄는 전체의 0.36%…전국민의 25%를 잠재적 범죄자로 볼 수치인가"

조금만 이성을 붙들어보자. 이것이 정녕 50만 조현병 환자를, 나아가 국민의 25%를 잠재적 범죄자로 볼만한 수치인가? 내가 아무런 원인제공을 하지 않았는데 범죄의 타겟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위험성은 교통사고의 위험성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가. 작년에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가족에 의한 강제입원에 관해 지적한 문제는 열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렵다. 최근까지 병상수가 늘어난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 뿐이다.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아 모를 뿐 병원 내 인권침해로 입원자가 사망하는 사건은 '묻지마 범죄' 수보다 결코 적지 않다.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탈원화 추세이지만 국내에는 대부분 민간병원이 폐쇄병동을 운영하고 있고, 하물며 꽤 많은 병원은 아직도 수용시설이나 다름없는 환경이다. 

입원자체가 지양되어야 하지만, 설사 입원이 필요하다고 한들 누가 그런 병원에 입원하고 싶겠는가. 그렇다고 우리 사회가 통원치료를 받으며 지역에서 살만한 사회인가. 정신병원 다닌다고 하면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니, 병이 알려질까 두렵고 치료받는 것을 꺼리게 된다. 증상이나 약부작용 때문에 혼자서는 생활하기가 어려운데 도와줄 사람도 서비스도 없다. 

그래서 지역에서 정신질환을 안고 사는 사람들은 자꾸만 고립되고, 음지로 음지로 숨어 들어간다. 점점 증상관리가 어려워지는 이들을 우리는 '시한폭탄'이라 부르며 어딘가 가둘 궁리만 한다. 이들도 살게 해야 한다는 우리의 이성은,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편견과 불안, 두려움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정신병원 다닌다면 색안경부터…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위험요소일 수 있다"

조금 더 구조적으로 접근해보자. 현재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부담은 모두 가족에게 지워진다. 함께 생활하기 힘들고 고통스러운 가족은 고육지책으로 병원에 보낸다. 병원은 병상수를 채워야 병원을 유지할 수 있다. 입원자 1명당 국가에서 의료비가 지급되니(입원자의 대부분은 의료급여 수급자다) 입원을 선호하고, 병원운영에 안정적인 장기입원을 권유한다. 

국가는 병원에 돈을 준다. 입원자에 대한 의료급여나 건강보험급여를 주고, 정신보건센터를 위탁운영하는 큰 병원에도 준다. 병원에 돈을 주니 지역사회 인프라는 마련되기 어렵다. 다른 장애인은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도 정신장애인만은 열외이다. 그래서 8만 명의 정신질환자는 병원에 산다. 치료와 치안라는 명목으로 사회로부터 분리해 통제하고 있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의 위험을 감수한다는 합의가 전제된 것이다. 다종다양한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위험요소로 여겨질 수 있다. 정신병만 없으면 안전해 지리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위험요소가 없는 사회를 원한다면 둘 중 하나다. 

산으로 들어가든지 당신도 삭제되든지.

김도희 변호사는 서울시민의 기초생활안전망, 홈리스와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를 위한 법률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스스로 권리주장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확성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외부 필진의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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