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권'은 '절대 권력'이 아니다

[the L]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어느 개인이나 기업이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어 과세관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언론보도를 자주 접한다.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범죄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 못지 않게 당혹스럽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신고납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세법절차에서 납세자의 성실한 신고∙납부가 뒷받침된다면 과세관청의 자료 수집은 불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납세자가 언제나 과세행정에 충분하게 협력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세법은 세무공무원에게 조세의 부과∙징수를 위해 납세자나 그 관계인에 대해 필요한 질문을 하고, 관계서류, 장부 그 밖의 물건을 검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런 과세관청의 활동이 바로 세무조사이다.

'공권력vs기본권'…세무조사 어떻게 조정해야 하나

그런데, 세무조사는 성격상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 권한 행사에 따라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기본권과 충돌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여기서 적정한 과세를 위한 세무조사권 행사와 그에 따르는 납세자의 기본권 침해 소지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는 현실적으로 납세자의 입장에서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리 세법은 세무공무원이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세무조사를 하고, 다른 목적을 위해 조사권을 남용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세무조사권 행사의 요건 및 절차, 이에 대응하는 납세자의 권리보호에 관해 비교적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체계상으로는 상당한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개별∙구체적인 사안에서 세무조사권 행사가 정해진 범위와 한계 내에서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절차적 적법성에 관한 요구 못지 않게 세무조사가 조세 탈루를 막고 납세자의 성실한 신고를 담보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무조사 과정에서 일부 절차적 흠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과세처분을 무조건 취소할 수도 없다.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이 뿌리 깊어 목적이 정당하다면 수단이나 절차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컸다. 법원 역시 세무조사 절차나 권한이 잘못 행사되더라도 그것을 크게 탓하지는 않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이제 아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변하고 있다. 최근 세무공무원의 조사권 남용을 이유로 과세처분의 취소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주목할 만하다. 사안은 이렇다.

세무공무원 甲은 乙로부터 丙과 사이의 토지매매 관련 분쟁을 해결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甲은 세무조사를 통해 압박하는 방법으로 丙이 토지소유권을 반환하게 하기 위해 부동산 저가매수에 따른 증여세 탈세제보서를 직접 작성했다. 그리고 지인을 통해 과세관청에 탈세제보서를 접수했다. 과세관청은 丙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그 과정에서 甲의 의견에 따라 丙의 관련 회사들까지 조사한 후 丙의 주식 명의신탁 사실을 확인해 증여세를 부과했다. 

대법원은 세무조사권 행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필요성, 최소성, 권한남용의 금지'라는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면서, 해당 세무조사가 사실은 세무공무원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한 전형적 사례로 위법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이유로 그에 따른 과세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세무조사 권한 남용은 안돼…과세처분 취소도 가능

세무조사가 조세정의 및 조세공평주의 원칙 측면에서 필요불가결한 행정작용이기는 하다. 하지만 과세자료의 수집 또는 신고내용의 정확성 검증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아니라 부정한 목적을 위해 수행된 것이라면 그에 따른 과세처분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종래에는 '납세자가 본래 납부해야 할 세금이라면 징수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관점에서 어지간한 절차적 위법사유만으로는 과세처분이 취소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점차 사회가 민주화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 가치가 중시됨에 따라, 과세관청의 세무조사권 행사에 일정한 한계를 설정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도록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무조사의 요건을 분명히 하면서 과세관청의 무분별한 세무조사에 제동을 건 이번 판결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김용택 변호사는 조세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분야다. 각종 소득세, 법인세 관련 사건 외에도, 자본거래 관련 증여세, 금괴 도매업체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지방세 환급 및 추징, 조세포탈 관련 사건 등을 수행했다. 서대문세무서 납세자보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외부 필진의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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