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범죄 피해자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재발방지'다

[the L]김광민 변호사의 '청춘발광(靑春發光)'…극단적 여론몰이 공정한 재판 훼손할 수 있어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인간은 무슨 권리로 그의 이웃을 도살할 수 있는 것인가? 주권과 법의 원천이 되는 권능으로부터 나온 것은 확실히 아니다. 법은 각 사람의 개인적 자유 중 최소한의 몫을 모은 것 이외의 어떤 것도 아니다. 법은 개개인의 특수의사의 총체인 일반의사를 대표한다. 그런데 자신의 생명을 빼앗을 권능을 타인에게 기꺼이 양도할 자가 세상에 있겠는가? 각인의 자유 가운데 최소한의 몫의 희생 속에 어떻게 모든 가치 중 최대한의 것인 생명 그 자체가 포함된다고 해설할 수 있을까? 만일 이 같은 점을 수긍할 수 있다면, 그 원칙이 자살을 금지하는 다른 원칙과 어떻게 조회될 수 잇을 것인가? 인간이 자신을 죽일 권리가 없는 이상, 그 권리를 타인이나 일반사회에 양도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것이다."

근대 형법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법학자 체사레 베카리아가 1764년에 발표한 '범죄와 형벌'의 한 구절이다. 그는 사형제도를 반대했다. 국민으로부터 권한 일부를 위임받아 형성된 국가에게 자신의 전부인 생명이탈권을 위임할 국민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자살을 금지하는 것은 생명을 스스로 끊을 권리를 부정하는 것인데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을 권한이 없다면 자신의 생명을 타인의 처분에 맡길 권한 역시 없다는 논리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가 어떻게 국민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가"

헌법재판소 역시 원칙적으로 사형제도에 반대한다. 사형은 국민의 생명권을 제한하는 것인데 이는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생명권을 제한하는 사형도 헌법에 따라 "자유와 권리의 본직적인 내용"은 침해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 생명권도 제한이 가능한데, 예외적으로 생명권의 제한이 가능한 사유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 산모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임신중절, 전쟁상황 그리고 극악 범죄의 예방'을 제시하고 있다(헌재 2010. 2. 25. 2008헌가23). 

앞의 두 상황은 자신의 생명과 타인의 생명이 양립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전쟁은 고도의 국제정치적 행위다. 그리고 네 번째 상황이 사형에 해당한다. 극악범죄의 예방을 위한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수단화(범죄예방)한다는 점과 형벌과 범죄의 예방 간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은 주 별로 법률이 달라 사형이 이루어지는 주와 그렇지 않은 주가 혼재한다. 하지만 사형제를 시행하는 주와 그렇지 않은 주 간 강력범죄의 상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사형이 범죄를 예방할까…사형제 실시와 강력범죄의 상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얼마 전 인천의 만 16세 여성이 초등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하여 한국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 있었다. 사건 초기 해당 여성은 조현병을 가지고 있었고 살해 역시 조현병과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밝혀진 내용들을 고려해보면 살인과 조현병 간 특별한 관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건 자체의 충격성 때문인지 곧 여론은 들끓었다. 현재는 폐쇄되었지만 포털사이트인 다음 아고라에는 해당 여성의 사형을 청원하는 이슈청원 페이지가 개설되었고 상당수의 누리꾼들이 서명했다.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20년 이상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한국을 국제사회는 잠정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기도 한다.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됨에도 사형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잔혹한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은 들끓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고는 한다. 사람의 생명을 제한하는 극형인 사형에 대한 여론이 감정에 따라 요동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현상일 것이다.

심지어 초등학생을 살해한 여성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사형에 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부모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소년법 제59조는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에 대하여 사형 또는 무기형(無期刑)으로 처할 경우에는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해당 여성은 만 16세로 소년법에 따라 사형을 선고할 수가 없다. 때문에 그녀의 부모를 대신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상당히 끔찍한 주장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부모를 대신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분노가 표출된 양상이겠지만 부모를 대신 처벌한다는 것은 명백한 연좌제(連坐制)죄로 법률에 의해 금지된 행위다. 헌법 제13조 제3항은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다.

"극단적 여론몰이 공정한 재판 훼손할 수 있어…재발 방지 위한 '환경·제도' 정비 이뤄야"

현행법상 가능하지도 않은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과 부모에 대한 처벌을 인터넷 상에서 공공연히 주장하고 서명운동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이러한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강력범죄에 의해 희생된 이의 부모나 지인들은 하나 같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 말하고는 한다.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피해자의 상처를 쓰다듬어 줄 수는 있겠지만 결코 근본적 치유는 될 수 없다. 사건이 철저히 조사되고 처벌뿐만 아니라 사건이 발생한 배경이 되는 환경이 개선되고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지는 것이 피해자에게는 진정한 치유일 것이다. 오히려 극단적인 여론몰이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공권력을 가해자에 대한 수사에만 집중시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등한시 될 위험이 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가해자에 대한 극단적 여론 형성은 공정한 재판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기 어렵겠지만 제3자인 피해자와 같은 공간에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은 객관적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판결 결과에 대해 가해자 측은 여론에 의한 부당히 가중된 판결이라, 악화된 여론은 봐주기 식 판결이라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어느 누구도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고 갈등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진정 피해자를 위한다면 가해자에 대한 극단적 여론몰이는 자재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김광민 변호사는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이다. 청소년을 만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그들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자신의 모습에 오늘도 힘들어한다. 생물학적 회춘은 불가능해도 정신적 회춘은 가능하리라 믿으며 초겨울 마지막 잎새가 그러했듯 오늘도 멀어져가는 청소년기에 대한 기억을 힘겹게 부여잡고 살아가고 있다. 정신적 회춘을 거듭하다보면 언젠가는 청소년의 친구가 될 수 있기를...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외부 필진의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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