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인 최순실 씨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28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을 압박해 16억원의 후원금을 받아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건의 재판이 이번주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다. 최순실씨(61)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뇌물 혐의에 대한 심리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23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오는 28일 열리는 영재센터 사건의 재판에서 최씨와 조카 장시호씨(38),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의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다. 피고인 신문은 앞서 증인신문·증거조사에서 나온 내용을 피고인에게 묻고 확인하는 절차로, 주로 재판 막바지에 이뤄진다.

이날 피고인 신문에선 최씨와 장씨 사이에 책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최씨 측은 "영재센터 자금관리와 운영은 장씨가 맡았다"며 장씨에게 책임을 미뤘다. 반면 장씨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최씨가 시키는 대로 일을 추진했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최씨가 아예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최씨는 지난달 이 재판의 증인으로 나왔을 때 "검찰이 자꾸 대통령을 끌고 들어간다"며 증언을 거부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신문을 마지막으로 심리 절차를 종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뇌물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해선 따로 변론이 더 진행될 수도 있다. 삼성이 영재센터와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낸 돈은 뇌물이라는 판단 아래 특검이 최씨를 뇌물 혐의로 추가 기소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재판은 오는 24일 열리는데, 이날 장씨가 증인으로 나온다.

특검은 장씨를 상대로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짜고 이 부회장과 경영권 승계에 관한 '거래'를 했는지 추궁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김 전 차관이 이 재판의 증인으로 나와 최씨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줘야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잘못 들은 것"이라고 부인했다.

장씨는 27일 열리는 최씨의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날 법정에서 장씨는 최씨와 최경희 전 총장과의 관계 등에 대한 증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의 26일 재판에는 최씨에게 '입시 상담'을 해준 것으로 파악된 김 전 차관과 정씨의 학사특혜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장도 증인으로 나온다.

이 부회장의 뇌물 사건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은 이번주에도 수, 목, 금요일까지 주 3회 재판을 연다. 재판부는 이번 주 내로 서증조사를 끝내고 다음주부터는 증인신문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등 조사해야 할 증거 분량이 수백개에 달해 재판부와 특검, 이 부회장 측 모두 강행군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다른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들도 숨가쁘게 진행될 예정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재판은 24일, 26일, 27일 세 차례 기일이 열린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의 지시로 블랙리스트 이행에 소극적인 문체부 1급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계획이다.

25일 열리는 '비선진료' 김영재 원장 부부의 재판에서는 김 원장의 아내 박채윤씨가 증인으로 나온다. 박씨는 김 원장과 함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에게 명품 가방과 성형시술 등을 뇌물로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안 전 수석 측은 "(병원에) 잠깐 갔는데 누워보라고 해서 아내가 시술을 받게 된 것일 뿐"이라며 뇌물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또 박씨는 24일 열리는 정기양 전 대통령 자문의(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피부과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정 교수는 지난해 12월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리프트 시술'을 하려한 적이 없다고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