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이혼소송 도중 아내를 인두로 지지는 등 고문하고 가족까지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남편이 2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준)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51)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3월 이혼소송 중이던 아내 A씨를 자신이 운영하는 술집으로 불러 감금하고 인두로 지진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흉기로 아내에게 수차례 상해를 입혔으며, 아내의 가족들을 살해한 뒤 딸과 함께 죽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2015년 아내가 몰래 1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을 알고 9000만원을 갚아줬다. 아내는 또 다시 돈을 빌렸고, 김씨는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에 아내는 가출한 뒤 김씨를 가정폭력으로 고소하고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김씨의 아내는 이혼소송 조정기일에 나와 양육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외도를 의심하고 있던 김씨는 이에 배신감을 느끼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 김씨는 아내와 재결합하기 위해 주점으로 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아내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은 우발적인 행동이었고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1심은 김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 도구를 준비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아내에게 겁을 줘 설득할 목적으로 범행 장소로 불렀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김씨는 아내의 외도가 확인되면 극심한 고통을 가한 뒤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심은 김씨에게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감형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아내를 약 26시간 동안 감금하면서 언제든 살해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김씨는 아내에게 수치심과 고통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가혹행위를 반복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인두는 생명을 빼앗는 데 적합한 도구로 보기 어렵고, 김씨가 흉기를 이용해 치명적인 부위에 상해를 입힌 것도 아니다"라며 "김씨의 공격행위로 인해 아내가 사망할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아내가 재결합 의사를 보이자 김씨는 곧바로 아내를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했다"며 "김씨는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행동들을 반복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씨 범행은 상상조차 힘들 정도로 잔인하고 엽기적이다"라며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