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 /사진=뉴스1

'비선실세'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을 알아봤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두 사람이 경제적으로 가까운 사이였음을 입증할 수 있는 정황이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38·구속기소)는 특히 "최근 박 전 대통령이 구입한 내곡동 집을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최씨의 뇌물 혐의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거주할 집을 알아본 경위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장씨는 이날 "지난해 여름 최씨가 증인에게 '한남동 UN빌리지가 살기 어떠니'라고 물었느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증인이 왜냐고 묻자 최씨가 '어휴 그 양반이 살 것'이라고 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장씨는 '그 양반'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최씨가 UN빌리지를 물어본 이유는 박 전 대통령 퇴임 후 사저를 구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특히 "당시 박모씨에게서 최씨에게 전달할 서류를 받았는데, 그 서류 안에 UN빌리지 등 집들에 대한 주소와 지도 같은 것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장씨는 또 "UN빌리지 외에 박 전 대통령 퇴임 후 사저로 쓰일 집을 더 알아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사진을 갖고 있었다"며 "더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 변호인의 신문이 이어진 뒤 특검 측이 다시 장씨에 대한 신문을 진행할 때 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와 관련한 증언이 나왔다. 장씨는 "UN빌리지 외에 다른 주택이나 사저를 알아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 재차 나오자 "얼마 전에 뉴스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사가는 집을 봤는데 그 집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당시 내곡동 집 그림을 봤던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이 "최근에 이사 간 내곡동 그곳이냐"고 묻자 장씨는 "여러 개 (사진)이 있었기 때문에 딱히 그거라고 할 수는 없지만 2층 집도 있었기 때문에 그 중에 하나 분명히 본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곡동 집은 9시 뉴스에서 봤다"고 말했다. 특검이 재차 "지난해 여름 쯤 내곡동 사저도 최씨가 검토하고 있었던 것이냐"고 묻자 장씨는 "그것까지는 모르는데 내가 본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최씨 측은 장씨의 진술과 증언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씨는 "증인의 말을 믿을 수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최씨 변호인의 질문에 "변호사님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면 된다"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친족인 이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