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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여친 맘 돌리려 보석 훔친 男…절도범?

[the L] 다시 돌려줄 생각 있었다면, 절도죄 성립 안 돼

편집자주[친절한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허락없이 가져가는 것을 '절도'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지만, 비슷한 상황에서도 무조건 절도라고 볼 수는 없다.

 

물건을 잠깐 맡아주려고 가져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잠깐 빌리려는 경우도 있는 등 왜 다른 사람 물건을 가져갔는지, 그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남성이 자신의 내연녀 소유 패물(貝物)을 함부로 가져간 경우를 두고, 그 남성의 의도가 물건을 훔쳐가려는 것이 아니어서 그가 절도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92도280)가 있다.

 

A씨(남)는 B씨(女)와 내연관계에 있었다. 그러던 중 B씨는 A씨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그를 피해 행방을 감춘 채 자신의 아파트에서 고등학교 3학년인 딸,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생활했다.

 

하지만 B씨를 그리워하며, 그녀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던 A씨는 그녀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갔지만, B씨는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A씨는 집 안에서 B씨의 다이아반지 등 패물을 보고 이것들을 가져가면 물건을 찾기 위해서라도 B씨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것들을 가지고 나왔다.

 

그런 뒤 A씨는 B씨의 딸에게 전화해 "내가 너희 엄마의 패물을 가지고 갔다고 엄마에게 전해 달라"고 말했다. A씨의 예상대로 B씨는 패물을 찾기 위해 A씨를 찾아왔고, A씨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패물을 모두 돌려줬다. 그러면서 A씨는 B씨에게 계속된 구애를 하며 내연관계를 지속시키고자 시도했지만 B씨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A씨는 또 한 번 B씨의 아파트를 방문해 같은 생각으로 그녀의 패물을 가지고 나오며 그 자리에 있던 B씨의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그녀에게 전해달라고 말했다.

 

B씨는 A씨가 자신의 패물을 가져갔다며 고소했고, 검찰은 A씨를 절도죄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가 B씨의 패물을 가져간 행위가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점유하는 재물을 불법하게 영득한 것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절도죄와 같은 '재산범죄'에 관한 우리나라 학자들의 통설과 대법원 판례의 입장은 유죄 성립을 위한 주관적 요건으로 ‘불법영득(不法領得)의 의사’가 필요로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 법원은 불법영득의사의 유무에 따라 절도죄의 성립 여부도 결정해 A씨에게 B씨의 패물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의 판단이 중요했던 것이다.

 

대법원은 A씨에게 절도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물건을 가져 와 보관한 것은 그녀와의 내연관계를 회복시켜 볼 목적에서 비롯됐던 것으로, B씨가 물건을 찾으러 오면 그 때 물건을 반환하면서 다시 그녀를 타일러 관계를 이어갈 생각이었다"면서 "더욱이 A씨는 B씨의 물건을 가져오면서 그녀의 가족에게 그 사실을 연락해서 말하라고 했을 뿐 아니라, 패물을 보관하면서도 이를 이용하거나 소비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A씨는 비록 B씨가 자신의 아파트에 보관하던 그녀의 물건을 무단으로 가져왔던 것이더라도 그에게 B씨의 재물을 불법하게 영득할 생각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절도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 판례 팁 =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는 일시적 타인 물건 취득은 절도가 아니지만, 법률에서는 이런 행위를 '사용절도'라고 한다. 사용절도란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자신이 영구적으로 취득하겠다는 의사가 아니라, 단순히 일시적으로 사용만 하려는 목적으로 가져와 사용하는 행위를 뜻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사용절도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고, 소유자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도 없으므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지만, 우리 법원(2012도1132)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시간 정도의 일시적인 사용을 하다 물건을 돌려준 경우에도 △그 물건이 지닌 경제적 가치를 상당 정도로 소모했거나 △사용한 시간이 길어 일시적이라고 보기 어렵거나 △물건을 본래 장소와 다른 곳에 돌려준 때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

 

 

◇ 관련 조항

- 형법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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