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 등의 공동대리권을 허용하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의견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현 변협 협회장은 개회사에서 “특허침해소송은 민법과 민사소송법이 적용되는 일반 민사소송으로 본질은 법률적 판단이므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에게 맡겨야 한다”며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법조유사직역을 두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인 변호사 수의 부족 문제는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이은혜 변호사는 “지식재산권 관련 의원발의안은 검토가 미흡한 편”이라며 의원입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원 입법의 경우 부처협의, 규제심사, 부패영향평가 등의 복잡한 과정을 피할 수 있고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지만 정부 입법보다 검토가 미흡하단 단점이 있다는 것.

의원들이 법률안 개정 근거로 내세운 ‘외국 주요 선진국들에선 변리사의 소송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 이 변호사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은 변리사에겐 소송대리권이 없으며 독일도 마찬가지이지만 법정 진술은 가능하다”며 “일본은 부기변리사라는 별도 시험에 합격한 변리사, 영국은 소송인가를 받은 변리사가 소송 대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의 변리사 소송대리 현황에 대해 의원들의 주장 근거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이어 “로스쿨 합격자 이공계 전공 현황을 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공학계열 7.19%, 자연 계열 2.68% 등 농학 계열과 약학 계열까지 합치면 11.86%에 육박한다”며 기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변호사들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로스쿨 세대 변호사의 전문성이 변리사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단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술을 잘 안다고 해서 변리사들에게 소송대리권을 허용한다면 과연 형사 사건도 변리사에게 맡길 수 있을 것인가”라며 “변리사에게 대리권을 허용하지 않더라도 필요하다면 전문가증인제도, 전문심리위원제도, 기술심리관제도, 감정인 제도, 특허변호사 제도 등을 강화해 소송 전문성 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근 변호사는 “(이런 개정안은) 사법제도에 대한 근본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변리사에게만 특혜를 줄 필요가 없고 만약 준다면 세무사나 법무사 등 법조유사직역 전체가 소송대리권을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이정미 정의당 의원의 공인노무사법 개정법률안에 노무사에게 노동사건 고소인 진술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이 들어간 적이 있다”며 “고소인 진술은 변호사조차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의원 입법의 경우 현행 법제도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하고 발의하는 경우가 많단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