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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도 상식 이길수 없다" '180억기부 140억稅폭탄' 승소 비결은

[the L초대석] '황필상씨 사건' 승소취지 파기환송 이끌어낸 소순무 율촌 변호사

소순무 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율촌


"좋은 뜻에서 180억원을 기부했는데 국가가 140억원을 가져간다? 세법도 상식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조세전문 변호사로서 이같은 사례를 꼭 바로잡고 싶었습니다."

법무법인 율촌의 조세그룹 대표이자 율촌이 설립한 사회공헌재단 '온율(溫律)'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소순무 변호사(66·사진)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황필상 씨 사건'의 승소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얻어낸 데 대해 이같이 밝혔다.

황 씨는 2003년 구원장학재단 설립을 위해 180억원 상당의 '수원교차로' 주식을 기부했다가 2008년 수원세무서로부터 140억원 규모의 세금폭탄을 맞았다. 상증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8조1항은 공익법인이 특정 회사의 주식 5% 이상을 증여받을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공익재단을 통한 부의 편법승계를 막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다. 황 씨가 기부한 수원교차로 지분은 90%였고 과세당국은 구원장학재단이 받은 지분 중 85% 지분에 대해 세금을 매겼다. 황 씨는 연대납부자로 지목됐고 거액의 세금폭탄을 맞았다. 세금을 내지 못한 황 씨는 고액체납자로 지목됐고 살고 있던 아파트까지 압류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문제가 된 상증세법 조항은 황 씨의 경우처럼 선의의 주식기부에 대한 예외를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거리가 됐다. 실제 1심에서 승소한 황 씨가 2심에서 패소한 것도 엄연히 존재하는 법 문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 재판부가 각기 다른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1심 재판부는 "해당조항을 기계적으로 해석할 경우 경제력 집중이나 부의 세습과 무관한 경우에까지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며 "오히려 공익법인이 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지장만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 "주식출연이 경제력 집중·세습과 무관하다는 점에 대해 적극 입증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보는 게 정당하다"며 "예외를 두지 않을 경우 헌법에 심히 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에 대해 "법령의 문언에 없는 요건을 감안해 세무서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하는 것은 일반적 법률해석의 범위를 넘는 것"이라며 "설령 이번 과세처분이 장학재단 존속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매우 불합리한 면이 있을지언정 위헌적인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소순무 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율촌


자타공인 국내 최고 조세법 전문가인 소 변호사는 황 씨의 안타까운 사례를 듣고 그를 돕고자 나섰다. 당시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인 장성근 변호사가 마침 구원장학재단의 감사로 활동 중이었고 황 씨와 소 변호사를 연결시켰다. 황 씨가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지 약 5년이 지난 지난해 5월, 소 변호사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서 황 씨에 대한 무료변론을 자처하고 대리인으로 나섰다.

관건은 엄연히 존재하는 법 문언의 장벽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에 달렸다. 소 변호사는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이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는 헌법 제107조2항 규정을 들어 수원세무서의 과세처분이 위헌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아울러 법을 형식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불합리함을 피하기 위해 법원이 재량적으로 문제된 조항을 유연하게 해석하도록 하는 '법률의 합헌적 축소해석'을 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과세처분의 위헌선언'과 '합헌적 축소해석' 방식의 사잇길을 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소 변호사는 "대법원이 '과세처분의 위헌선언'과 '합헌적 축소해석'의 사잇길을 택하는 복잡한 방식을 택한 것은 자칫 법관이 입법자의 입장에 서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결과"면서도 "행정처분의 위헌적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그같은 수단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이 해당처분의 위헌을 선언했다면 매우 간단했겠지만 사법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과세처분의 위헌성을 선언해 큰 길을 만들어줬다면 많은 이들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울러 세법 조항 자체를 애초에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경우야 대법원이 유연한 법 적용의 필요성을 인정해 황 씨를 구제할 수 있었지만 "나쁜 세법을 해석방식만으로 좋게 집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소 변호사는 "그간 우리 사회는 좋은 법을 만드는 데는 너무 무관심했다"며 "법이 지배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법 자체를 좋게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ho is] 1951년생인 소순무 변호사는 1974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0년 사법연수원을 10기로 수료했다. 1980년 수원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팀장 등을 역임하고 2000년 율촌에 합류했고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미국변호사 등 60여명의 조세그룹을 이끄는 대표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율촌이 설립한 공익사단법인 '온율'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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