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인터넷은행'은 금융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the L]13년차 금융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자본시장' 이야기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2017년 4월. 24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은행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케이뱅크'. 2015년 말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이름하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대해 예비인가를 내주었다. 24년 전 평화은행이 마지막으로 은행업 인가를 받은 이후 우리나라에는 1금융권 은행이 단 한 곳도 새로 생겨나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 생겨난 핀테크의 돌풍 속에 카카오와 KT가 주축이 된 2개의 은행이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케이뱅크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가입자 수가 25만 명에 이르고 예·적금 규모가 3000억 원, 대출 금액이 2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특히 24시간 영업을 강점으로 내세워 이번 징검다리 연휴에 빛을 발했고, 연 2%의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 또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은행도 오는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해 놓은 상태다.

경쟁업체들은 바짝 긴장…'메기'역할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

케이뱅크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선전을 보이자 사실상의 직접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저축은행이나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은 물론이고, P2P 대출업체, 은행권도 전체적으로 서비스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도 연 2%대 예·적금 특판상품을 출시하고, 모바일 채널을 확대하는 한편 오프라인 점포는 축소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저축은행과 P2P 대출업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 대출시장 공략을 방어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P2P 대출 업체 중 일부는 타 금융회사에서 더 낮은 대출이 가능하면 이를 보상해 주는 '최저금리보상제'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회사들 또한 비대면 개좌개설 후 거래 고객에게 지원금을 제공하거나 거래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비대면 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금융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업체간 경쟁으로 인한 다양한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ICT기업이 주도하는 은행…과연 가능해질까?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이 계속돼 우리 금융환경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예상과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현재 공존하고 있다. 

비관론자들의 핵심은 현행법상 '은산분리 규제'에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이름만 들어서는 카카오와 KT가 대부분의 주식을 가진 회사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 컨소시엄 구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쉽게도 카카오뱅크의 경우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기존 금융회사를 포함하여 총 9개의 회사가, 케이뱅크의 경우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을 포함한 21개의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는 금융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카카오와 KT가 기존 금융업자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조기에 안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현행법상 은산분리 규제 영향이 크다.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회사의 자본총액이 전체 자본의 25%이상이거나 비금융회사의 자산합계가 2조원 이상에 해당하는 비금융주력자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컨소시엄들은 이러한 현행 법규를 피하기 위해 지분 참여자를 다양화했다. 또 무의결권부 전환주식을 발행했다가 금융위원회가 약속한 대로 은산분리를 50%까지 허용해주면 전환권을 행사하기로 하는 복안을 펼치기도 했다. 결국 ICT기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은행의 탄생 서막은 이와 같은 금융 규제 관련 법으로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조금은 왜곡되고 말았다. 현재 국회에는 위와 같은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 2개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 3개가 계류 중에 있다.

케이뱅크는 자본금 2500억 원, 카카오뱅크는 3000억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다. 이는 전국 단위의 은행으로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며 앞으로 새로운 서비스 개발 및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해서는 훨씬 많은 돈이 추가로 투자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증자가 필수적인데 현재와 같이 성격을 달리하는 다양한 주주들이 의견을 모아 동일한 비율로 증자하기로 의결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같은 다양한 주주구성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창의성 · 혁신성을 갖춘 ICT업체가 주도하는 인터넷 기반의 은행이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당초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기업이 은행 사금고로 이용할까봐 만든 '은산분리' 규제…인터넷은행이 나갈 방향은?

은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인 대주주가 은행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은행을 사금고로 이용하거나 산업자본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돼 부실의 파급효가 극대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현행 은행법상의 지분소유 제한비율(4%)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비금융권 기업들이 은행을 지배하게 되면 부정한 행위를 범할 것이 분명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그들의 자본과 경험이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도 있다는 시각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규제는 완화하면서도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감시 · 감독을 강화하고 은행 건전성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당장 은행 전반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자본금 규모가 기존 은행에 비해 현저히 작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또한 상대적으로 작은 인터넷전문은행만이라도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은행법 개정안들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들 모두 이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정책을 담고 있다. 이들 법안이 하루 빨리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도형 변호사는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금융보험법연구회 간사 등 금융·증권·자본시장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겸임교수(금융법실무)를 맡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외부 필진의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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