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스1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을 지낸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전 삼성 법무팀을 만나 논의를 거친 뒤 기억과 다른 진술을 한 정황이 공개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들의 공판에서 이 상무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특검이 공개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이 상무는 "박상진 전 사장(전 대한승마협회장)에게서 승마협회 부회장직을 그만두고 빙상연맹에 가라는 말을 들은 일시는 2015년 7월 25일 이후로 기억하는데 삼성 법무팀으로부터 시점을 22일 직전으로 진술하라는 조언을 받아 허위 진술했다"고 밝혔다.

2015년 7월 25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이 부회장과 단독 면담을 한 날이다. 특검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정유라씨 관련 승마 지원에 대해 "삼성에서 파견된 상무가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지적해 이 상무가 실제 교체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상무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과 관련한 허위진술을 한 정황도 나타났다. 그는 당초 장충기 전 사장 지시로 영재센터에 후원금을 줬다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가 이후 진술을 바로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상무는 수사 과정에서 이 경위에 대해 "삼성전자 법무팀 소속으로 보이는 직원들이 장 전 사장에게서 지시받은 내용을 진술하지 말라고 부탁해 빼놓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 상무에 대한 신문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조서 등을 제시하며 "이 상무가 관계자 지시에 따라 허위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 관계자들의 조사 내용을 보면 상식에 맞지 않을 정도로 답변 내용이 일치하고 허위 답변마저 똑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이 상무는 승마협회 부회장직 교체 시점에 대해 "날짜를 두고 법무팀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였다"며 "내 기억이 틀릴 수 있으니 25일이 맞다고 할 수 없어 22일로 한 것일 뿐 허위진술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영재센터 후원에 대해서는 "특검 조사에서 장 전 사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추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법무팀의 부탁을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조서에 적힌 내용과 달리 "협의가 없었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이 상무는 특히 자신이 조사를 받을 당시 상황에 대해 "조사 당시 독감에 걸린 상태였고 진술조서에 적힌 내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고치려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그런데 심신이 피곤해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 상무는 이날 증언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는 모습을 수차례 보였다. 그는 "조서가 잘못됐다는 것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일부분 (그렇다)"고 답했다. 특검이 "증인이 진술하지 않은 내용을 특검이 (진술조서에) 임의로 쓴 것이냐"고 다그치자 그는 "죄송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