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왼쪽)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사진=뉴스1

'돈 봉투 만찬'으로 논란의 정점에 선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8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관련 감찰을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취재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감찰조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며 "그간 많은 도움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안 국장 역시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건에 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현 상황에서 공직 수행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사의를 표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의 표명과 무관하게 앞으로 진행될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국장과 이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 수뇌부 공백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이어 검찰 내 '빅2'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까지 모두 공석이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을 앞두고 검찰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만간 조국 민정수석의 주도 아래 검찰 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전날 이 지검장과 안 국장 등의 의혹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직접 감찰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이 검사장이 격려금을 준 대상자는 검찰국 1·2과장으로 검찰 인사를 책임지는 핵심"이라며 "수령한 격려금을 반환하는 것은 당연하나 제공의 이유와 배경은 조사돼야 한다"고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을 지낸 이 지검장은 수사팀 검사들 및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검찰국 1·2과장 등과 함께 지난달 21일 만찬을 하며 돈봉투를 주고 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이 두 사람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배경엔 '봐주기 수사' 의혹도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안 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지난해 7월부터 10월 사이 우 전 수석과 1000여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지검장이 지휘하던 검찰 특수본은 안 국장을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