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사진=뉴스1

부가가치세는 소득이나 부가가치가 아닌 거래 외형에 대해 부과하는 '거래세' 형태를 띠고 있어서 담보신탁계약을 맺은 경우 거래행위 주체인 수탁자에 납세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거래 처분으로 발생한 이익을 따져 신탁계약의 위탁자나 수익자가 납세의무자가 돼야 한다고 본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은 새 판례에 따라 과세실무상 혼란이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신 대법관)는 18일 최모씨가 성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성남세무서는 최씨에게 2009년 1기분 부가가치세 2억4300여만원의 부과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

최씨는 2008년 6월 경기 성남시 소재 건물을 샀고 매매대금을 치르기 위해 저축은행에서 42억원을 빌렸다. 이를 담보하려 부동산신탁 전문업체와 신탁계약을 맺으면서 우선수익자를 저축은행으로 정했다.

이후 최씨가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자 계약에 따라 저축은행은 부동산 신탁업체에 자산을 현금화하도록 요청했고, 매각이 무산돼 저축은행이 45억1700여만원에 해당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얻었다.

그러자 성남세무서는 최씨를 건물 양도에 대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보고 2억4300여만원의 세금을 물렸다. 최씨는 "타익신탁에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우선수익자인 저축은행"이라며 "그런데 건물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저축은행으로 동일해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2심은 기존 판례에 따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위탁자인데 타익신탁의 경우 수익자로 봐야 한다"며 "이 사건의 경우 건물 소유권을 취득한 쪽도 저축은행이어서 결국 재화를 공급하는 자와 받는 자가 동일해 과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전원합의체는 과세가 위법하다는 결론은 동일하게 내면서도 판결 취지를 바꿨다. 재판부는 "우선수익자 요청에 따라 신탁재산을 처분한 쪽은 수탁자여서 수탁자가 곧 재화 공급자가 된다"며 "계약당사자가 돼서 업무를 처리한 수탁자에 과세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