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사진=뉴스1

건물을 빌려 쓴 사람이 화재를 냈더라도 임차 이외의 부분의 손해에 대해선 배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기존 판례대로라면 임차인이 스스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대법원은 임대인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8일 경기 광주시 상가건물 주인 김모씨가 세입자 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박씨는 이 건물 1층을 썼는데 2009년 10월 이곳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박씨가 빌린 부분 이외의 구역까지 피해가 닿았다. 그러자 김씨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박씨 측이 불을 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김씨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은 "이 건물 전체에 발생한 손해까지도 박씨가 배상해야 한다"고 봤다.

이 같은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판례를 변경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를 주장하려면 그 증명 책임이 임대인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이 이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 임차인이 손해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앞으로 임차인들이 본인들의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거래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