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사진=뉴스1

업무 과정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를 겪고 스트레스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대 여성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김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김씨의 딸 A씨는 2007년 11월 생산직 근로자로 일하던 중 필름 커팅 작업을 하다가 손가락 6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일로 장해등급 판정을 받았다.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병행해야 했다. 의무기록에 따르면 통증과 불안을 여러 차례 호소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4년 3월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신청했지만 지급을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1·2심은 사망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손가락 절단 사고만으로도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A씨가 받았을 스트레스에 대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였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정신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 없고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없어 보이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