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스1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추진될 당시 삼성물산 고위 관계자가 소액주주사 측에 은밀한 제안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일성신약 채권관리팀장 조모씨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합병 찬성 대가로 회사 신사옥 건립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한 말을 회장에게서 들었다"고 증언했다.

일성신약은 현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무효로 해 달라는 등의 소송전을 진행중인 회사다. 조씨는 앞서 일성신약에서 삼성 합병 내용을 검토한 실무자다.

조씨는 이날 "삼성물산 측에서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에게 합병 찬성 조건으로 은밀한 제안을 한 것을 알고 있느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질문에 "윤 회장에게 들은 내용으로는 당시 삼성물산 부사장인지 누가 찾아와 합병에 찬성해주면 건설 비용을 받지 않고 신사옥을 지어주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다만 윤 회장은 "말도 안된다"며 이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이 같은 삼성물산 제안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는 "거절 자체는 회장이 한 것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지만 '일부 소액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되는데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뒤로 보상받는 것은 언제든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일성신약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주당 9만 원에 사주겠다는 제안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삼성물산 측이 일성신약 등 주주들에게 공개적으로 제시한 주식 매수 가격은 1주당 5만7234 원이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조씨 증언의 신빙성이 없다고 맞섰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일성신약은 현재 삼성물산을 상대로 수백억 원대 소송을 2년 가까이 하고 있는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또 "조씨가 알게 됐다는 것도 다 윤 회장에게서 들은 것이라 객관성과 신뢰성을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