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관 /사진=김창현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된 김이수 헌법재판관은 2012년 민주통합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취임하고 약 5년에 걸쳐 의미있는 결정을 내려왔다. 통합진보당 해산판결 당시 9인의 재판관 중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것을 비롯해 줄곧 꼿꼿하게 소신을 지켜온 점이 눈에 띈다.

2014년 12월 통진당 해산판결 당시 김 재판관은 "정당해산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정당해산요건의 엄격한 해석, 적용의 요구는 어떠한 논리적 오류나 비약도 묵과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며 "경미한 오류들이 축적돼 거대한 논리적 비약을 만들어 내고, 혹여 그에 기초해 정당해산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면 이는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있어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죄' 조항이 모호해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반국가단체나 구성원 등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동조한 자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김 재판관은 해당규정 중 '동조' '이적표현물 소지·취득' 등 규정이 과잉금지원칙,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각각 위배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국가 형벌권의 제한에 대한 소신을 지킨 점도 돋보인다. 형법상 모욕죄의 구성요건이 과도하게 모호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모욕죄 규정에 대한 위헌소원 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놨다. 이에 김 재판관은 "모욕죄의 형사처벌은 다양한 의견 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하여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제기하고 건전하게 해소할 가능성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형법으로 규정하고자 할 때는 최소한의 행위에 국한돼야 하는 점,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의 자기 교정기능에 맡기거나 민사적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점, 모욕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모욕죄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2016년에는 아동·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신상등록 규정이 과도하게 모호하다는 지적을 내기도 했다. 김 재판관은 당시 "신상정보 등록조항은 아동·청소년 성매수죄의 재범 방지를 주요한 입법목적으로 삼고 있음에도 등록대상자의 선정에 있어 ‘재범의 위험성’을 전혀 요구하지 않고 있다"며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 등록대상자에게 불필요한 제한을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처럼 불법성이나 책임이 가벼운 경우도 등록대상자로 삼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고 신상정보 등록조항으로 인해 비교적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는 달성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014년 모든 옥외집회에 대한 사전신고 의무를 규정한 집시법(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의 위헌여부를 다투는 심판에서도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내렸지만 김 재판관은 "집회시위법은 사전신고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긴급집회의 경우에 그 신고를 유예하거나 즉시 신고로서 옥외집회를 가능하게 하는 조치를 전혀 취하고 있지 않다"며 "긴급집회에 대해 어떠한 예외도 규정하지 않고 모든 옥외집회에 대해 사전신고를 의무화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한편 김 재판관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소장으로 취임할 수 있다. 소장 임기는 6년이며 70세까지 연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