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첫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65) 측이 재판 진행 절차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증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류증거 조사를 시작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며 이의를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신속한 심리를 이유로 이 같은 신청을 기각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이상철 변호사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2회 공판에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 및 변호인이 공소사실의 증명에 대한 주장이나 입증계획 수립이 끝나야만 증거 조사에 들어가게 돼 있다"며 "이 사건은 그런 절차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바로 증거 조사부터 먼저 한다는 것이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지난해 11월 기소된 최순실씨(61)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 등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에 대한 사건의 재판 기록을 검토할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도 "추호도 이 사건을 끌거나 재판을 연기할 의도가 전혀 없다. 재판을 연기해서 피고인에게 어떤 이익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하며 "실체관계를 바로잡고 싶은 생각은 검사님들 못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효율적 심리 등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 측 이의 신청을 곧바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먼저 "공소사실 증명에 대한 주장이나 입증계획 수립이 끝난 뒤 서류증거 조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 사건에서는 타당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 사건은 증거기록이 방대하고 신문할 증인도 몇백 명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라며 "제한된 시간 내에서 그것들을 다 하려면 모든 입증계획과 심리계획을 다 짠 다음에 서류증거 조사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지난 기일에 가능한 서류증거부터 조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증거가 무엇이 있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 서류증거 조사 절차"라며 "피고인과 변호인이 그 내용을 충분히 들으면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박 전 대통령만 출석한 채 서류증거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 출석했다. 지난 23일 첫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감색 정장에 플라스틱 핀으로 올림머리를 한 모습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출석한 뒤 변호인단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후에는 정면을 응시했다. 그는 재판 진행 과정에서 가끔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였다. 유 변호사 등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거나 무엇인지 메모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서류증거 조사가 시작된 뒤에는 최씨 등의 재판 기록이 나타나는 화면 쪽으로 몸을 기울인 채 관련 서류를 꼼꼼히 살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