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두 번째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삼성 등 대기업에서 592억 원대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25일 두 번째로 법정에 섰다. 그는 이틀 전인 첫 공판 때보다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분 쯤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이틀 전과 마찬가지로 감색 정장에 플라스틱 집게핀으로 올림머리를 한 모습이었다. 왼쪽 가슴에는 수인번호 503번이 쓰인 둥근 배지를 달았다.

오전 10시, 417호 형사대법정에 들어선 박 전 대통령은 홀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첫 공판 당시에는 '40년 지기' 최순실씨(61)와 나란히 앉았지만 이날 재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만 진행됐다. 그는 법정으로 들어서면서 변호인들에게 간단한 목례를 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자리에 앉은 뒤에는 다시 일어나 재판부 쪽에 인사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틀 전과 비교해 다소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첫 공판 때 꼿꼿한 자세로 정면만을 응시했던 그는 이날 변호인이 발언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관련 서류를 넘겨 보거나 무엇인가 메모를 하기도 했다. 특히 변호인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모습도 있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직접 특별한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 재판 때 직업을 묻는 질문에 "무직입니다"라고 답했고, 공소사실을 부인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자 "변호인 의견과 같다"고 답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되기 전 재판부가 "재판을 받으면서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진술은 거부할 수 있고 유리하다고 생각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하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전 재판이 마무리되는 시점, 재판부가 재차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다음에…"라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