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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생활법률] 국회의원에 "지X하네" 문자폭탄이 업무방해?

[the L] 업무방해죄·정통망법 위반 적용 가능성↓…"신체·생명 위협문자 등은 협박죄 될 수도"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한 의원이 쏟아지는 문자폭탄을 확인하며 해당번호를 차단하고 있다./사진=이동훈기자

"지X하네, 너는 군대 갔다 왔냐?" "정말 유치하게 나오시네. 부끄러운 줄 아시오"

정치인들이 시민들에게서 받는 '문자폭탄'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문자폭탄은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국회 탄핵소추의결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고안한 항의기법이었다.

이달 중순 문재인 정부가 압도적 지지로 출범한 이후 국무위원 청문회 과정에서 문자폭탄 러시가 재개됐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지자 이를 비판하는 시민들의 문자세례가 쏟아졌다. 청문회장에서는 문자세례를 받은 야당의원들이 연신 해당 전화번호를 차단하는 등 웃지 못할 모습도 연출됐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문자폭탄은 의회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 "문자폭탄은 비판을 용납치 않는 반민주적 행태" "문자폭탄은 거의 테러수준"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인 상대 문자폭탄, 형사처벌 어려워

시민들이 정치인들을 향해 문자폭탄을 퍼붓는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 정치인들 입장에선 고통스럽겠지만, 범죄 구성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을 공산이 커서다. 

김승훈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문자폭탄에 대해 적용가능한 형벌조항은 그나마 업무방해죄나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이 있지만 실제 구성요건이 성립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복적으로 특정 사업장에 전화를 집중적으로 걸고 끊는 등 방식으로 업무를 방해했다면 모를까 문자메시지만으로는 업무에 전화만큼 방해를 주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업무방해죄든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든 죄가 성립하려면 한 사람이 특정 행위를 반복적으로 계속해야 한다는 요건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이번 문자폭탄의 경우는 불특정 다수가 1회 또는 단발적으로 항의성 멘트를 보낸 것에 불과해 구성요건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상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요수)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위계나 위력, 허위사실 유포 등 요건이 있어야 하는데 문자폭탄은 이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일대일 문자는 공연성(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명예훼손죄를 구성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공격을 받는 당사자가 공인이기 때문에 처벌가능성이 더 낮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형로펌에서 형사업무를 담당하는 A변호사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시민들이 집앞에 와서 시위를 벌이더라도 이를 감내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집단행동의 대상이 민간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시민들의 대규모 항의전화를 시스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도 "공인과 사인에게 각기 다른 피해감내 수준을 규정한 법률규정은 없다"면서도 "만약 법정에까지 문제가 이어지더라도 공인은 사인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인 상대로 할 땐 처벌될 수도

만약 시민들의 단체공격의 대상이 공인이 아니라 민간인 또는 민간기업일 땐 드물지만 형사처벌될 경우가 있다. 보수언론과 그 광고주에 대한 단체 불매행동 사건이 그런 사례였다.

당시 검찰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촛불집회와 관련한 보수언론의 논조에 불만을 가진 시민 23명을 일괄 기소했다. 이들이 보수언론과 광고주를 상대로 항의전화 등 불매운동을 전개한 것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피고인들은 해당 보수언론의 폐간을 위해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회원들을 모집하고 이들 언론에 광고를 집행하는 기업들의 명단을 공유한 뒤 해당기업 등을 상대로 집단적으로 광고중단을 요구하는 등의 내용의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이에 1심에선 피고인 전원이 유죄판단을 받았지만 2심에선 9인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고 대법원에서는 단 1명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단순히 소비자 불매운동이 소비자보호운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집단행위로서의 성격과 대상기업에 대한 불이익, 피해의 가능성만을 들어 곧바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판시했다. 또 "업무방해죄 구성여부는 소비자불매운동의 목적, 경위, 실제 영향력, 폭력 등 위법행위 수반여부, 기업의 불이익 정도 등을 종합적·실질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형벌조항을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체·생명 위협하는 문자는 안돼

공인인 정치인들을 향한 시민들의 단체문자 발송행위도 반드시 형사처벌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해당 문자메시지의 내용과 정치인에 대한 항의의 정도 등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A변호사는 "공인인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나 정치적 자유, 참정권 등이 폭넓게 인정되는 만큼 단순히 '이 새끼, 저 새끼'라고 불렀다는 것만으로 모욕죄 등이 성립하긴 어렵다"며 "다만 '밤길 걸어갈 때 조심하라'거나 '애들이 학교 잘 다니는지 두고봐라'는 등 정치인 본인이나 가족·주변인의 신체·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다면 협박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자의 내용"이라며 "단순히 의정활동을 잘하라는 뜻에서 내놓은 항의가 아니라 정치인 본인이나 주변인에 대한 협박성 멘트가 들어갔다면 단 1회의 문자발송도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 게시판처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곳에 특정 정치인의 번호를 공유하고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등 행위도 자칫 업무방해 교사, 정보통신망법 교사로 지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변호사 역시 "개인이 1회나 단발성으로 단순 항의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무방할 수 있어도 정치인 개인을 수십 명이 모인 단체카톡방에 강제소환해 조리돌림하듯 비판하는 행위는 모욕죄 등에 해당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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