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리포트

[SOS노동법] 일용직, 난데없는 '해고' 통보 피하려면?

[the L] 헌재 "3개월 근속할 경우만 해고예고제 적용"

헌법재판소 / 사진제공=뉴스1

일용직 근로자 A씨는 2016년 6월 한 회사와 한 달간 일당을 받고 주방조리 보조업무를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맺었습니다. 근무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던 어느 날 A씨는 회사로부터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A씨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는 있었지만 예고없는 해고시 지급되는 해고수당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근무한 지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일용직 근로자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해고할 때 최소 30일 전에 예고를 하거나 한 달치 임금을 의무적으로 지급토록 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가 바로 해고예고제도입니다. A씨는 이 해고예고제도에 근거해 해고수당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35조가 규정한 해고예고제도의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 제35조는 A씨처럼 일용근로자로서 3개월을 계속 근무하지 않은 자를 포함해 △2개월 이내 기간을 정해 사용된 근로자 △계절적 업무에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사용된 근로자 △수습근로자 등에 대해서는 예고해고 규정과 해고수당 규정 등 이른바 '해고예고제도'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A씨는 헌법재판소에 '3개월 미만 일용근로자'를 해고예고제도 적용배제 대상으로 규정한 부분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습니다. 근로기준법의 예외규정으로 인해 해고수당을 청구할 수조차 없도록 한 것은 행복추구권, 근로의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헌재는 해당조항이 합헌이라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월급근로자는 되는데 일용근로자는 안 됐던 이유는? = A씨보다 먼저 근로기준법 제35조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던 B씨는 해고수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2009년 5월부터 약 1개월 반 동안 학원강사로 일했던 B씨는 A씨처럼 예고없이 해고통보를 받고 한 달치 해고수당 140만원을 지급할 것을 학원에 청구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금방 끝날 것 같던 B씨와 학원 측의 싸움이 해결되기까지는 무려 8년이 걸렸습니다.

B씨는 학원으로부터 해고수당 지급을 거절당하자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1,2,3심에서 잇따라 패소했습니다. B씨가 문제제기를 할 때만 해도 근로기준법은 '근로기간이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에 대해서도 해고예고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B씨는 '6개월 미만 월급근로자'에게 해고예고제도 적용을 배제토록 한 근로기준법 부분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고 헌재는 B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015년 12월23일 헌재는 B씨 사안에 대해 "근무기간이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의 경우 해고예고제도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면 전형적인 상용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근무기간이 6개월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예고 없이 직장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며 재판관 9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습니다. 

또 "심판대상조항은 월급근로자에 대해 근로관계의 성질과 관계없이 근무기간이 6개월 지나기 전에는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예고없이 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사람을 해고예고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합리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오히려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사람은 대체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들로서 근로계약의 계속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이들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35조의 다른 사유들과 달리 예상하기 어려운 돌발적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B씨는 헌재의 위헌결정을 근거로 대법원에 재심을 신청했고 8년만에 B씨는 해고수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A씨 사건에서 "일용근로자는 계약한 1일 단위의 근로기간이 종료되면 해고의 절차를 거칠 것도 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게 원칙"이라며 "그 성질상 해고예고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일용근로자'인지 '상용(월급)근로자'인지가 헌재의 판단을 엇갈리게 한 것입니다.

또 헌재는 "다만 3개월 이상 근무하는 경우에는 소득세법, 산업재해보상법 등의 적용과 관련해 상용근로자와 동일한 취급을 받게 된다"며 "근로계약 형식 여하에도 불구하고 일용근로자를 상용근로자와 동일하게 취급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으로 '3개월'이라는 기준을 설정한 것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현재 해고예고제도는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수당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며 "일용근로 계약을 체결한 후 근속기간이 3개월이 안 된 근로자를 해고할 때도 이를 적용토록 하면 사용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16년 전엔 월급근로자라도 예고없는 해고에 무방비 = B씨는 '월급근로자'라서 웃고 A씨는 '일용근로자'라서 울게 됐지만 16년 전만 해도 월급근로자 역시 근로기간이 6개월 미만일 때는 예고없는 해고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월급을 받으며 중장비 기사로 일했던 C씨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C씨는 1999년 10월부터 한 달간 한 건설사의 중장비 기사로 근무하다 예고없이 해고를 당했습니다. C씨는 해고예고제도의 적용이 배제됐다는 걸 알고 2001년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헌재는 "갑자기 근로자를 해고하게 되면 근로자는 다른 직장을 얻을 때까지 생활의 위협을 받게 되므로 적어도 다른 직장을 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간적인 여유를 부여하거나 그 기간동안의 생계비를 보장해 근로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시켜주고자 하는 취지에서 규정된 것"이라며 해고예고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일정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근로자를 즉시 해고할 수 있도록 해 사용자 입장에서 근로자의 대체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일정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해당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헌법재판관 전원이 이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권성·김효종 재판관 등 2명은 "6개월 미만 월급근로자는 대체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한 자들로 근로관계의 계속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해고예고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전직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갖거나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곤란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권·김 재판관의 이 소수의견, 낯설지 않죠? 바로 C씨 사건과 관련한 헌재 결정이 나온지 14년만에 B씨 사건과 관련해 2015년 헌법재판관 9인이 일치된 의견으로 내놓은 결정문의 문구와 같습니다. 2001년엔 '합리적'이라고 여겨졌던 법규가 2015년엔 더 이상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은 겁니다. 

문제는 A씨와 같은 일용직 근로자들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시행령에선 일용직 근로자와 월급 근로자를 명확히 가르는 기준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단시간제 근로자들 가운데 본인이 근로기준법상 해고예고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분명히 아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언젠가는 A씨와 같은 일용직 근로자들도 월급 근로자 B씨처럼 예고없는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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