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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약관이 고객에 불리하면 계약 무효?

[the L] 약관 이유로 계약 무효로 만드는 조건 까다로워

임종철 디자이너

약관조항이 고객에게 불리하다면 해당 조항을 무효로 볼 수 있을까? 현행법은 공정성을 잃은 조항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대법원은 단순히 고객에게 불리하다는 것 만으로 약관이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약관 작성자가 지위를 남용해 형평에 어긋나는 조항을 사용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동대문 중부상권시장 재건축사업조합은 서울 중구 신당동 일대에서 시장 재건축사업을 시행하며 이 안에 A상가 신축사업을 추진했다. 조합은 2006년 9월 조합원 임시총회를 열고 '분양면적 산정 시 각 점포에 접한 통로면적 중 절반은 공용면적에 포함시키고 나머지 면적은 전용면적에 비례해 산출한다'고 결정했다.

I사는 2008년 6월~7월 사이 세차례에 걸쳐 A상가의 점포 임차권을 분양하는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1구좌 전용면적 기준은 3.9㎡, 점포 위치는 잔금 납부 후 추첨하고 추첨에 의해 결정된 점포의 면적에 따라 분양대금을 정산하게 돼 있었다.

또 점포 분양면적은 전용면적에 공용면적을 더한 것으로, 추첨 후 전용면적의 증감이 있을 경우 증감률에 따라 분양대금을 조정하도록 했다. 수분양자는 추첨 후 배정된 점포의 면적에 따라 임대보증금을 정산해야 했다.

통상적으로 공용면적의 증감은 전용면적의 증감에 비례해 이뤄진다. 그러나 이 계약은 전용면적이 각기 다를 수 있어 사업자가 분양면적을 조절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같은 공용면적 분배는 이례적인 것으로 수분양자가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O씨는 분양을 받은 후 이같은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소송을 냈다. 분양비가 부당하게 증가했으며 계약 당시 이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원심 재판부는 "분양계약이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정산기준을 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어 고객에게 불리하다"며 O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실제 거래관계에서 공용부분에 대한 각 공유자의 지분이 면적에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I사가 O씨에게 따로 이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점포 추첨 후 면적 증감에 따른 분양대금 정산이 예정돼 있었고 그 정산방법은 계약당사들에게 중요한 관심사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O씨가 분양계약이나 점포 추첨 과정, 분양대금 최종 정산내역을 통지 받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덤 점 등에 비춰보면 이같은 계약 조건이 계약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약관을 무효라고 보기 위해서는 약관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리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고객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러한 사항에 관해서까지 사업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판결 팁=계약 당사자 중 한쪽에게 약관이 일부 불리하더라도 계약 후 이를 무효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 거래 상대방이 '갑'의 위치에서 이를 남용, 부당한 약관을 작성·사용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 이에 대해 설명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해당 계약이 통상적인 것이라면 설명의무 위반도 적용되지 않는다.

◇관련 조항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일반원칙)
①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이다.
② 약관의 내용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1.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2.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관련된 모든 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3.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

제3조(약관의 작성 및 설명의무 등)
① 사업자는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글로 작성하고, 표준화ㆍ체계화된 용어를 사용하며,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부호, 색채, 굵고 큰 문자 등으로 명확하게 표시하여 알아보기 쉽게 약관을 작성하여야 한다.
② 사업자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분명하게 밝히고, 고객이 요구할 경우 그 약관의 사본을 고객에게 내주어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업종의 약관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여객운송업
2. 전기ㆍ가스 및 수도사업
3. 우편업
4. 공중전화 서비스 제공 통신업
③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 다만, 계약의 성질상 설명하는 것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④ 사업자가 제2항 및 제3항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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