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빨리 먹어" 아이 입에 밥 밀어 넣으면…아동학대일까?

[the L]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함께 하는 세상 바라보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가장 마음 아픈 소식이 있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어린이집 아동학대소식. 특히 워킹맘이라면 우리 아이만 늦게 하원을 해 미움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아동학대 여부가 수면 위에 올라 CCTV를 확인하는 과정부터 법정에서까지 대두되는 논란이 있다. 학대인지 아니면 아이를 위한 훈육인지에 대한 것이다. 신체적 폭력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지만 방치, 차별 등등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는 행동이 계속된다면 이것도 과연 아동학대일까?

정서적 학대도 아동학대라고?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성인이 아동의 정신건강이나 그 발달을 저해하는 정신적 폭력행위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이라 보았으며(헌법재판소 2015. 10. 21. 2014헌바266 결정 참조), 대법원은 신체적 손상에 이르지 않는 유형력의 행사도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2011. 10. 13. 2011도6015 판결 참조). 또한, 최근 울산지방법원은 한 민간어린이집 원장에 대하여 정서적 학대행위를 이유로 '징역 10월 및 80시간의 아동학대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하였다(울산지방법원 2017. 3. 30. 2016고단3718 판결 참조).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아동의 훈육에 대해 무척 너그러운 시선을 보내왔던 것이 사실이다. 맨몸으로 내쫓긴 아이가 문 밖에서 문을 열어달라고 우는 모습, 어린이집에서 한 아이가 친구들과 달리 구석에 쪼그려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동학대로 신고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행위를 '훈육'으로 보고 외면하는 동안 아이의 마음은 멍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정서적 학대는 신체 등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유형이 정형화되어있지도 않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어떠한 학대가 있었는지, 피해아동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정량화하기도 힘들며, 이러한 이유로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도 신체적 학대가 중심이 되어 왔다. 그러나 정서적 학대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낮추고, 우울, 불안증세 등 정신적인 문제를 나타내며, 성인이 되어서까지 치유가 되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서 어쩌면 우리들의 생각보다 더욱 심각할 지도 모른다.

법원의 판결에서 드러난 정서적 학대행위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팔을 잡거나 꽉 끌어안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행위
- 밥을 빨리 먹지 않는다고 식판을 빼앗아 밥을 주지 않고, 억지로 숟가락으로 밥을 입에 넣는 행위
- 갑자기 다른 반으로 데려가 문을 닫고 혼자 있게 하는 행위
- 다른 아이들과 달리 구석에 혼자 쪼그려 앉아 식사를 하게 한 행위
- 엄마가 자주 상담을 한다는 이유로 부모의 욕을 하며 손가락으로 이마를 수회 민 행위

모두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 이외에도 아이를 벌거벗겨 내쫓는다거나 오랜 시간 벌을 세우고 방치하는 행위, 아이들을 차별하고, 폭언 ․ 위협을 하는 행위들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소식에 부모들의 마음은 아프다. 그 피해아동의 부모의 마음은 찢어질 것이며, 학대를 당한 피해아동의 마음은 감히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지옥같을 것이다. 제대로 의사표현도 하지 못하는 아이가 낮잠을 자지 않는다고 밀침을 당하고, 밥을 늦게 먹는다고 식판을 빼앗기고 방에 갇혀버리는 상황이라니.

또 중요한 것은 어린이집 뿐 아닌 가정에서 이러한 정서적 학대가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과 이러한 부분은 수면 위로 드러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아동학대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아동의 보호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보호자의 정서적 학대에 대해 피해아동은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하기도 힘들며, 점점 보이지 않게 치유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기게 된다.

우리는 그 동안 '훈육'이라는 명목 아래 아이들의 마음을 돌보는 데에는 소홀했던 것 아닐까? 어른들이 아이들을 걱정없이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넘어 어른들로부터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백주원 변호사는 서울시복지재단 내에 있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주로 아동인권 분야 및 기초생활수급자 등 복지 분야에서 법률지원을 하고 있다.]

관련기사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기사 스크랩
목록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김영란법 시대 밥먹는 법-김밥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