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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노동법]논란의 포괄임금제, 적용 원칙이 있다?

[SOS노동법]논란의 포괄임금제, 적용 원칙이 있다?
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대선 이후, 포괄임금제가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노동자를 억압하는 제도라며 심상정 당시 정의당 후보는 이 제도를 '변태임금제'라고 비판한 바 있고, 정부 역시 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상태입니다. 포괄임금제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논란이 되는 걸까요.

포괄임금제는 실제 근로시간을 따지지 않고 매월 일정액의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하거나 기본임금에 수당을 포함시켜 지급하도록 한 것입니다. 1970년대 대법원에 의해 인정된 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작했습니다. 이 제도는 현재 생산직 근로자들을 제외하고 많은 노동자에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노동자 입장에서 야근을 하지 않고도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노동자에게 야근 시간에 상관없이 같은 돈을 주는 제도입니다. 사용자가 노동자에 비해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체로 후자로 악용된다고 봐야겠죠.

사무직 노동자가 대표적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사무노동자의 41%가 포괄임금제로 급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사무직 근로자의 월 초과근로시간은 평균 13시간 6분, 이에 대한 초과근로수당을 받는 곳은 3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제도의 적용은 원래 엄격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쉽게 훼손하기 쉽기 때문인데, 법조계 인사들은 원칙적으로 사무직의 경우 포괄임금제 적용이 불가능할 경우가 많다고까지 했습니다. 감시·단속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면 애초에 포괄임금제 도입 자체가 무효라는데요, 해당 판결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포괄임금제 적용의 제약

정부부처 산하 기관에서 근무하는 강모씨 등 5명은 업무 특성상 연장근무를 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수규정에 따라 실제 연장근무시간을 따로 계산하지 않고 '시간외 근무수당'으로 정액을 지급받았습니다. 포괄임금제죠. 이들은 또 고객들이 따로 내는 봉사료 일부를 근무시간에 따라 분할지급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봉사료 지급이 중단되자 강씨 등의 월급이 줄었습니다. 연장근무를 해도 받을 수 있는 돈은 정해져 있었으니 급여는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죠. 이에 강씨 등은 국가를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기관은 포괄임금제에 따라 수당을 지급해왔으니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대법원은 2010년 이에 대해 "포괄임금제는 근로 형태와 업무 성질상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울 경우에만 유효하다"고 전제합니다. 이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있다면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얘기죠. 대법원은 또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했다 해도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근로자가 불이익을 겪는다면 허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판례에 따르면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있는 직업군의 경우 포괄임금제 적용 자체가 위법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임금계약보다 부당하다는 전제 하에서요. 사무직은 어떨까요. 받은 돈에 비해 13시간씩 초과근무를 하는 이들에게 적용된 포괄임금제가 과연 합법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사무직 근로자에 대한 포괄임금제 적용은 부당하다고 봐야 한다"며 "그런데 갑을관계에 있다 보니까 개선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포괄임금제 개선 방향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공약 중 하나로 초과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포괄임금제 계약에 대한 규제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포괄임금제의 폐지 쪽으로 분위기가 잡히는 것 같은데요, 기업 입장에서는 폐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포괄임금제를 폐지할 경우 임금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절충안으로는 포괄임금제가 필요한 직군이 분명히 있는 만큼 정부에서 악용만 막으면 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단속을 통해 악용 사례를 시정하는 방식으로 포괄임금제 제도를 개선해 나간다는 것이죠.

법무법인 광장의 진창수 변호사는 최근 서울 소공동 광장회의실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주요 노동정책 및 영향'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포괄임금제 악용에 대한 단속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근로감독 강화 만으로도 개선이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는 "포괄임금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계약의 전반적 내용을 점검하고 시간급으로 법정수당을 계산한 경우보다 불리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실제 근로시간이 포괄임금제가 예정하는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이 제도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에게 악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고 이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노사간 먼저 협의가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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