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친절한 판례氏] 전화통화 중 들린 비명소리, 범죄 증거될까?

[the L]

임종철 디자이너
범죄수사에 휴대폰 녹음파일이 종종 등장하곤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에서도 여러 녹음파일이 검찰 수사에 활용됐고 법정에서도 증거로 등장하고 있다.

통상 녹음파일이 증거가 되려면 녹음한 당사자가 대화의 주체로 껴 있어야 한다. 제3자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은 증거로 사용하지 못한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의 청취'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비명소리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대법원은 비명소리 등은 법적으로 청취가 금지된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4년 2월 레스토랑 공동경영 문제로 B씨와 갈등을 겪자 B씨를 협박하고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씨는 C씨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두 사람의 전화가 끊어지기 전 A씨의 폭행이 시작됐기 때문에 C씨는 전화기 너머로 B씨의 비명소리 등을 들었다.

검찰은 C씨의 이같은 진술을 법정에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자 A씨의 변호인은 "C씨의 진술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 대화 청취'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반발했다.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보호하는 타인 간의 '대화'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를 가리킨다"며 "따라서 사람의 육성이 아닌 사물에서 발생하는 음향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의 목소리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말이 아닌 단순한 비명소리나 탄식 등은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대화에 속하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가 개인의 사생활 또는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벗어난 것이라면 곧바로 형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판결팁=제3자가 타인의 대화가 아닌 음향, 비명소리 등을 듣거나 녹음하게 됐다면 이는 형사사건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다만 지나치게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거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라면 이는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기사 스크랩
목록
 
김영란법 시대 밥먹는 법-김밥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