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성인에게 가장 무거운 처벌은 사형이다. 제 피고인에겐 미성년자 최고형(징역 20년)이 선고될 것 같다."

인천 초등학생 살해범 김모양의 재판에서 변호인이 한 말이다. 변호인의 말대로 소년법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등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할 정도의 범죄를 저지르면 최고 2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미성년자의 경우 성인보다 형량이 낮다는 점 때문에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강력한 처벌만으론 청소년 범죄를 줄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범죄가 처벌로 이어진다는 인과관계를 추론하고 인지하는데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강력한 처벌이 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강력한 처벌이 오히려 아이들의 비행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강도를 저지른 청소년이 걸리면 엄한 처벌을 받을 것이란 두려움에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죄 청소년들에 대해선 처벌 못지 않게 교육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공 교수는 "범죄가 무엇인지 인지하고 그런 행동을 했을 때 처벌을 받는다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소년범 재범 비율은 2006년 28%에서 2015년 42%까지 뛰었다. 지금의 청소년 교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 교수는 "가둬놓는다고 변하겠느냐"며 "격리 만으로는 다시 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년범 중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나 품행장애 등 정신 질환을 가진 청소년 비율이 높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김봉석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자 소년원에 재소 중인 청소년 가운데 90.8%가 한가지 이상 정신질환을 갖고 있었다. 김 교수는 "두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가질 경우 특히 재범률이 높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제도권 교육 밖으로 밀려난 아이들이 사회 규범을 익힐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지금은 교육은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학교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이라며 "학교 밖에서도 사회 규범을 배울 수 있는 대안교육 체계를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개별적 특성에 맞는 치료와 처벌을 받은 이후에도 낙인찍혀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안전망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