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임차인이 안 낸 전기·수도료, 점포 소유자가 내야할까

[the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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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이 미납한 전기 및 수도료를 관리규약 등이 없는 한 해당 점포의 구분소유자에게 청구할 수 없다는 사례가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단197564 판결)


건물 하나를 구분지어 여러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경우 해당 건물 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을 구분소유자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한 상가에서 가게 하나, 하나를 소유하고 있는 주인들을 부르는 말이다.


대부분의 관리단이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구분소유자가 부동산을 타인에게 전세로 제공하거나 임대한 경우, 전세권자나 임차권자가 해당 관리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해당 부동산 소유자인 구분소유권자가 이를 연대해 부담하도록 하는 규약이나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런 규정에 근거해 관리단 또는 입주자대표회의는 전세권자 혹은 임차인이 관리비 등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 구분소유권자에게 연대 책임으로 소를 제기하며, 대부분은 관리단이나 입주자대표회의가 소송에서 이기곤 한다.

그러나 만약 그와 같은 규약이나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이 사건에서 소송을 제기한 관리단 측은 단전·단수를 방지하기 위해 일단 대납한 전기·수도요금에 대해 부득이 소유자인 피고들을 상대로 대납액 상당액의 반환을 사무관리 또는 부당이득을 이유로 청구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당하는 피고 입장인 가게주인인 구분소유자들이 그들의 임차인으로부터 해당 요금을 징수하고도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또 그들은 더욱이 임차인들의 정보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대납 요금이 사무관리비용 또는 부당이득 반환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전기 및 수도요금에 관한 약정이 없는 한, 관리단인 원고가 피고들에게 단지 구분소유자라는 이유만으로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즉, 실제로 전기와 수도를 사용한 임차인들에게 청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임차인들이 가게 주인인 구분소유자에게 송금한 금액에 월 차임료 또는 일반 관리비 외에 전기·수도요금이 포함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임차인들로부터 해당 요금을 징수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따라서 구분소유자들이 임차인으로부터 이미 받은 전기·수도 요금 상당액을 반환할 의무도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특별한 사유 또는 규약이 없는 상태에서 단지 소유자라는 이유로 타인이 사용한 전기·수도 요금까지 부담하는 것은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사적 자치에 반한다. 또 사용자 책임과 연대 책임에 대해서는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대상 판결은 타당하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권형필 변호사는 주로 집합건물과 부동산 경매 배당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서 집필, 강의, 송무 등으로 활동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 경매·집합건물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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